[사설] 평범한 삶의 기록이 만드는 공공의 유산

2025-05-14     세종일보

충북도가 추진 중인 '영상자서전' 사업은 기록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적 인물이나 특정 계층에 국한됐던 과거의 기록 관행에서 벗어나, 평범한 도민 개개인의 삶을 주인공으로 삼는 이 사업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남기고, 지역의 공동 기억으로 보존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영상자서전은 단순한 개인 콘텐츠 제작을 넘어, 각자의 인생사를 통해 시대의 공기를 기록하고 생활사적 정황을 복원하는 역할을 한다. 도민 1인 1기록화라는 정책 방향은 공공기록의 주체를 행정이 아닌 시민으로 확장하는 일이며, 이로써 삶의 무게와 감동을 나눈 개인의 이야기는 하나의 문화자산이자 사회적 유산으로 전환된다.

특히 이 사업은 고령층과 장애인, 호스피스 병동 환자 등 기록에서 소외되기 쉬운 이들까지 포괄하며, 촬영을 위한 전문인력과 자원봉사 체계를 갖춘 점에서 포용적 문화정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시니어 유튜버, 청년 서포터즈 등 다양한 세대가 협력하는 구조는 단순한 아카이브 구축을 넘어 공동체적 실천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록은 더 이상 소수의 특권이 아니다. 누구나 말하고, 남기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평등한 문화철학이 충북도 영상자서전 사업의 핵심에 놓여 있다. 이처럼 평범한 삶의 기록을 통해 지역사회는 공동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후세를 위한 의미 있는 유산을 남기게 된다. 충북도의 시도는 오늘날 지역문화 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또렷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