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KDI "총요소생산성 회복 없인 저성장 고착"

2025-05-08     윤소리 기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경로에 접어들고 있다. 2000년대 초반 5% 수준이었던 잠재성장률은 계속 떨어져 현재는 2% 정도에 머무르고 있으며,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 등 주요 연구기관들은 지금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2040년대에는 사실상 0% 가까이까지 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람 수가 줄고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서, 구조적인 변화 없이는 앞으로 경제가 오히려 뒷걸음질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우리나라가 낼 수 있는 최대 성장률, 즉 잠재성장률을 약 2%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5%에 가까웠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비슷한 경고를 했다. KDI는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예전처럼 빨리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고, 둘째는 새롭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능력, 즉 생산성이 전보다 덜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이 늙어가면서 일할 수 있는 인구가 줄고, 젊은 세대가 감소하면 이런 문제는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제활동 인구는 2017년을 기점으로 줄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앞으로는 전체 인구 중 일할 수 있는 사람의 비중이 계속 줄고, 고령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나라의 경제는 활기를 잃고, 정부의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생산성이 예전처럼 빠르게 오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주로 제조업이 중심이 돼 혁신을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산업 간 격차도 크고, 자원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으면서 전체적으로 경제가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KDI와 한국은행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도와 시장 구조를 손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가 이렇게 정체되면 영향을 받는 곳은 많아진다. 먼저 금리가 낮아지고, 물가도 안정되지만, 그만큼 정책이 쓸 수 있는 수단이 줄어든다. 세금도 덜 걷히게 되면서 정부가 쓸 수 있는 예산이 줄어들고, 재정 적자가 쌓일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2070년에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거의 0%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 중심의 금융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이 주식이나 펀드에 돈을 넣으면 세금을 깎아주는 'NISA' 같은 제도가 그것이다. 한국도 퇴직연금 등 금융자산이 늘고 있지만, 대부분 안정적인 상품에만 투자하고 있어 자산을 더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과 KDI는 앞으로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일할 수 있는 사람 수가 줄어드는 만큼, 여성과 고령자의 경제 참여를 늘리고, 수도권에 너무 많은 자원이 몰리지 않도록 분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구조개혁이 잘 이루어지면 생산성이 높아져 잠재성장률도 0.7%포인트 정도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개혁을 실제로 하려면 사회적으로 큰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정규직 보호를 줄이거나, 연공서열 대신 실적 중심으로 바꾸는 것은 많은 사람의 반발을 살 수 있다. OECD도 한국의 노동시장과 중소기업 보호정책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한국처럼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는 이민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사람 수를 유지하려면 외부에서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인구 감소와 생산성 둔화로 인해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며, 이를 막기 위한 정책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구조개혁과 노동공급 확대, 생산성 향상 등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장기 성장기반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