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문화는 생활 속에서 피어난다

2025-05-02     세종일보

어린이날을 앞두고 충청권 곳곳이 들썩인다. 대전의 과학 체험 행사부터 세종 호수공원의 마라톤, 청주의 거리 예술 공연과 공주의 구석기 체험까지,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줄지어 펼쳐진다. 지역별로 구성된 행사는 단순한 즐길 거리를 넘어, 지역 고유의 공간과 자원을 살리고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기획된 점이 눈에 띈다. 지역문화는 결국 멀리서 오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것임을 이 축제들은 보여준다.

문화 향유의 기회가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지역 자치단체들이 마련한 생활 밀착형 문화행사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다. 중소도시의 아이들도 예술과 체험을 누리고, 부모는 부담 없이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지역 주민들은 준비 과정과 운영에 직접 참여하면서 공동체의 온기를 되찾는다.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마을 단위로 어린이날 행사를 열고, 휴양림이나 전통시장, 수산 체험장 등을 문화 공간으로 활용해 자연과 일상이 만나는 새로운 방식의 축제를 만들고 있다.

이런 흐름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역 문화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예산 지원은 물론, 기획과 운영을 맡을 전문 인력 양성도 중요하다. 특히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일수록 아이와 가족이 머물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일이 곧 지역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 된다. 문화는 전시장이 아니라 삶터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가정의 달,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잠시 반짝이는 축제를 넘어, 지역문화의 가능성을 일깨우고 있다. 문화는 '가는 곳'이 아니라 '사는 곳'에 있을 때 더 큰 의미를 가진다. 그 시작은 지금 이곳의 일상 속에서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