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주의보, 지침만으론 역부족…지역 특성 반영 시급

2025-05-02     이현정 기자

고농도 오존이 반복되는 가운데, 한국의 오존주의보 관리 체계가 지역 간 격차와 제도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수도권과 충청권의 발령 빈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지자체별 대응 수준과 정책 효과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특히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 지침이 지역별 오존 생성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며, 과학 기반의 장기 정책 부재 역시 구조적 문제로 지목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5~7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오존주의보 발령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24년 수도권의 오존주의보는 4월까지 115회 발령되며 전년도 전체를 이미 초과했고, 충청권 역시 2015년 1일에 불과하던 발령일수가 2023년에는 57일에 달했다.

그러나 각 지자체의 대응은 정책 강도와 실효성 면에서 상이하다. 경기도는 드론과 감시장비를 활용한 배출사업장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은 단속 인력 부족과 예산 미집행으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환경예산 증가가 오존 농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최근 통계에서는 미세먼지, 오존, 이산화질소 등 주요 대기오염물질의 농도와 지자체 예산 간 상관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존은 기온, 일사량, 전구물질 배출량 등 기상·지역 조건에 따라 다르게 형성되기 때문에, 지역별 배출원 구조에 따라 상이한 대책이 필요하다. 수도권은 차량 배출가스가 주요 요인인 반면, 충청권은 도료·용제 등 산업계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주요 기여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은 전국 단위 일률적 가이드라인에 머무르고 있어 맞춤형 관리가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외 대도시들은 오존 문제에 대해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제도 중심의 장기 대응 체계를 구축해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연방-주-지방정부 간 다층 거버넌스를 통해 자동차 배출 규제, 산업 배출 총량관리, 시민 행동요령 캠페인을 결합한 Clean Air Plan을 시행하여 1980년대 0.35ppm에 달하던 오존 농도를 최근 0.13~0.18ppm 수준으로 낮췄다. 멕시코시티는 ‘ProAire’라는 10년 단위 종합대책을 추진해 차량 운행 제한, 산업 연료전환, 시민 환경교육 등을 패키지로 운영하면서 고농도 오존 일수를 90% 이상 줄였다. 특히 두 도시는 대기오염 정책이 교통, 에너지, 보건, 도시계획과 연계돼 실행됐다는 점에서 국내 정책 설계와 구조적 차이를 보인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은 지자체 차원의 창의적 접근이 두드러지는 사례다. 석유화학 공업 밀집 지역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는 이 도시는 시장 주도로 VOC 저감 조례를 제정하고, 민간 사업장과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으며, 시민의 건강권 기반 정책을 추진하여 VOC 배출을 87% 줄였다. 오존 경보일도 66일에서 2일로 감소했다.

이들 도시는 공통적으로 지역 실정에 맞는 선행오염물질 집중 관리와,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행동요령 체계를 병행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고농도 오존 발생 시 일시적 경보나 차량 운행 자제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오존 비상계획의 지역 맞춤성과 실효성이 낮은 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평균기온이 오르면서 오존 발생의 기상학적 조건이 더욱 자주 형성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단기적인 단속과 경보에만 의존하는 대응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오존은 직접 저감이 어려운 2차 오염물질로, 전구물질인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체계적 감축 없이는 장기적 개선이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중앙정부가 정책 기준만 제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자체가 과학적 기반 위에서 감축계획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기술지원과 예산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교통·산업·보건 부문과의 통합계획 수립, 광역 지자체 간 협력 거버넌스 구축, 시민 행동 기반 확대 등 오존 관리 전반의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