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휴일'만 소비해선 안된다

2025-04-30     세종일보
아이클릭아트 

오는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달력상 목요일에 해당해 5월 5일 어린이날과 연계된 황금연휴가 가능해지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휴식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날은 단지 쉼의 시간이 아니라, 노동의 가치와 권리를 되새기는 날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노동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재 노동시장에는 구조적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주 4일제 도입 논의가 공론화되고,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으며,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과 최저임금 현실화도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업안전과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논의도 확대되고 있다. 법과 제도의 변화는 이어지고 있지만, 노동 현장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많다.

충청권 사례는 이 같은 구조 변화의 현실을 보여준다. 대전과 세종은 공공기관 중심의 고용 구조에서 IT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청년 창업과 특수고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고용 안정성은 여전히 취약하다. 충남은 제조업과 석유화학 산업 비중이 높지만, 비정규직 비율과 장시간 노동, 산업재해가 반복되고 있다. 충북은 바이오·첨단소재 산업이 성장하고 있으나 고령 노동자 비중이 높고 세대 교체가 지연되고 있다.

지역 노동계도 다양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집회,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토론회, 일터 환경 개선을 위한 제안 공모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노동 문제 해결이 중앙정부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의 과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근로자의 날 연휴는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충청권 주요 관광지의 방문객이 급증하고, 호텔 예약률과 외식·유통업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휴 특수로 인한 단기 인력 수요 증가가 노동자의 과도한 업무와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여전히 미흡한 현실은 개선이 시급하다.

근로자의 날은 노동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점검하고, 제도 개선의 방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노동시장의 변화에 걸맞은 정책과 제도 정비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표면적인 휴식과 기념행사로는 노동 존중 사회의 토대를 만들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근로조건의 질적 향상과 노동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