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 충청권 노동시장 점검해보니…

2025-04-29     윤소리 기자
아이클릭아트 

근로자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5월 1일은 목요일로, 이어지는 5월 5일 어린이날과 맞물려 황금연휴를 노리는 근로자들이 많다. 많은 이들이 이 시기를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근로자의 날이 지닌 본래 의미를 돌아볼 필요도 있다.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권리를 기념하는 이 날은 단순한 휴일을 넘어, 현재 변화하는 노동 환경 속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근로자의 날은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5월 1일로 정해져 있으며,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로 보장된다. 이는 관공서의 공휴일과는 구별되지만, 모든 근로자에게 법적으로 휴식할 권리를 인정하는 중요한 장치다. 만약 이 날 출근할 경우, 평상시 임금의 150%를 지급받는 것도 근로자의 권리다.

올해 근로자의 날은 달력상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5월 1일 목요일을 전후로 5월 2일 하루 연차를 사용할 경우, 어린이날이 포함된 5일간의 긴 황금연휴가 가능해진다. 특히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중시하는 흐름이 확산된 요즘, 이러한 연휴 구성은 많은 직장인들에게 일상의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동시에 이 시기는 관광, 유통, 외식업계에도 긍정적인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근로자의 날을 단순한 '휴일'로 소비하기에는 노동시장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현재 대한민국 노동시장은 다양한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 주 4일제 도입 논의가 확산되고 있으며,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플랫폼 노동자 권리 보장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최저임금은 꾸준히 인상되고 있고,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근무제 확대 논의도 활발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업재해 예방과 정신건강 보호를 강화하려는 제도적 변화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충청권의 노동시장 변화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대전·세종 지역은 공공기관과 IT산업 중심으로 고용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세종시에서는 청년 창업 비율이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대전에서는 IT산업 종사자가 지난 10년간 24% 증가하는 등 신산업 기반이 강화되고 있다.

충남은 제조업과 석유화학 산업이 지역 고용의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동시에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산업단지 내 장시간 노동과 안전사고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현대자동차 전기차 부품공장 가동으로 2만9000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지만, 석유화학단지 종사자의 44%가 비정규직이라는 점은 개선 과제로 지목된다. 충북은 바이오·첨단소재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고용을 이끌고 있으나, 고령 노동자 비율이 높아 인력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근로자의 날을 맞아 충청권 노동계도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는 세종 정부청사 앞에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촉구 대회를 열고, 한국노총 충북본부는 첨단산업 시대에 맞춘 노동자 권익 보호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전시는 노동과 문화예술을 잇는 '노동의 가치 재발견 콘서트'를, 충북도는 일터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을 마련해 근로환경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 경제에도 근로자의 날 연휴는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충청권 주요 관광지에는 약 285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청호 일대 관광수입은 385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종시는 공공기관 휴무로 인해 호텔 예약률이 91%까지 상승했다. 충남 무창포 해수욕장 일대 식당 매출은 22%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전 대형 쇼핑몰과 충북 제조업 종사자들의 연휴 소비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면도 존재한다. 연휴 기간 플랫폼 노동자들의 업무량이 23%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에 대한 안전 교육 이수율은 38%에 불과해 사고 위험이 우려된다. 또한 연휴 특수로 인한 단기 노동자 수요 증가가 중소업체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근로자의 날은 노동의 역사와 현재를 동시에 비추는 자리다. 변화하는 노동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자의 권익 보장과 노동시장 구조 개선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