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5조짜리 국가 전략 도시를 꺼내들다 - 中.

"세종으로 간다" 말은 쉬워도…개헌·인프라 이중벽

2025-04-17     배진우 기자

세종시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제시한 26개 과제는 단순한 지역 개발을 넘어 '대한민국 개조안'에 가깝다. 범위는 헌법부터 생태계까지 닿는다. 총 사업비 15조 원, 핵심 키워드는 '균형'과 '미래'다.
세종일보가 그 제안의 구조와 배경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해 실제 정치권과 지역사회가 이 제안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짚고, 마지막으로 세종시가 말하는 '국가전략도시'란 무엇인지까지 따라가본다. /편집자주

국회 세종의사당 후보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일제히 세종 이전 공약을 꺼내들며 '행정수도 완성'을 다시 쟁점으로 끌어올렸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물론, 국회 본원과 사법기관까지 포함한 수도 기능 이전을 공약하며 충청권을 정조준한 모양새다. 그러나 개헌 없이 수도 지위를 명문화하기 어려운 헌법적 한계와, 물리적 인프라 부족 등 현실적인 제약이 여전히 크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이재명 후보는 충청권 4개 시도를 행정·과학수도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세종 국회 본원 및 대통령 집무실 건립 추진이다. 김경수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용산 대통령실 체제를 ‘역행’이라 규정하며, 청와대 복귀 후 세종 이전을 시사했다. 김동연 후보는 사법기관까지 포함해 행정부·입법부는 세종으로, 대법원과 대검은 청주로 이전하는 수도 기능 분산 구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은 결국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이라는 헌법적 장벽 앞에 맞닥뜨린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수도 이전은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세종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제한했고, 이 판결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동의를 요구하는 개헌 요건을 감안하면 국힘이 100석 이상을 확보한 현재의 정치 지형에선 개헌 실현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대안으로는 특별법 제정과 국민투표 활용이 거론되지만, 모두 한계가 있다. 2022년 국회법 개정으로 세종의사당 설치 근거는 마련됐지만 부분 이전에 그치고 있고, 국민투표 역시 2004년 헌재 판결의 논리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현실적 문제도 적지 않다. 세종에 조성 중인 대통령 제2집무실 부지는 2027년 완공 예정이며, 2025년 대선 이후 즉시 이전 가능한 집무 공간은 없다. 청와대 복귀나 정부서울청사 임시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동시에 보안성과 운영 효율성, 국정 조율 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국회 이전 역시 긴 호흡이 필요하다. 2025년 현재 3조 6천억 원 규모의 사업비 확보를 추진 중이지만, 세종의사당 건설 완료는 2031년으로 전망된다. 본회의장 가동은 시작됐지만 핵심 기능 수행에는 여전히 물리적 한계가 있다.

정치권의 셈법도 복잡하다. 민주는 개헌을 통한 명문화와 단계적 이전을 병행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힘은 '수도 이전은 지역 이기주의'라며 헌재 판결 존중을 주장하고 있다. 충청권에서 19석을 확보한 민주가 세종 이전 공약을 지역 공략 카드로 활용하는 데 대한 반발도 있다. 특히 경기·강원권 의원들은 지역 경제 공동화 우려를 제기하며 제동을 걸고 있다.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단기 실행 가능한 전략은 일부 가시화되고 있다. 세종 국정상황실 분소 설치, 상임위원회 순차 이전, 디지털 국회 기반 구축 등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개헌 대신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기존 법률 개정과 국민적 합의 도출 체계 마련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재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제시한 '세종 대통령실 시대'는 공약 그 이상을 겨냥한 메시지다. 하지만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말에 걸맞은 제도적·물리적 준비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배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