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5조짜리 국가 전략 도시를 꺼내들다 - 上.
세종의 대선 공약 요구, 그 전모와 의미
세종시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제시한 26개 과제는 단순한 지역 개발을 넘어 '대한민국 개조안'에 가깝다. 범위는 헌법부터 생태계까지 닿는다. 총 사업비 15조 원, 핵심 키워드는 '균형'과 '미래'다.
세종일보가 그 제안의 구조와 배경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해 실제 정치권과 지역사회가 이 제안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짚고, 마지막으로 세종시가 말하는 '국가전략도시'란 무엇인지까지 따라가본다. /편집자주
세종시가 다시 한번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이름으로 거대한 도전에 나섰다.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세종시는 총 26개 과제를 발굴해 각 정당에 공약 반영을 요청했다. 단순한 지역개발 요구를 넘어, 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과 국가 균형발전 전략을 포괄하는 내용이다. 사업비만 약 15조5570억 원. 충청권이라는 지역적 조건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 규모의 로드맵은 이례적이다.
과제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뉜다. '행정수도 완성', '국가 성장동력 기반 조성', '품격 있는 도시 조성'. 10개, 7개, 9개 과제로 구성된 이 세 카테고리는 각각 제도 개혁, 산업 전략, 도시 인프라를 포괄하며 행정도시를 '국가전략 수도'로 확장하겠다는 목표 아래 짜였다.
핵심은 여전히 '행정수도 명문화'다. 세종시는 헌법 개정을 통해 세종을 공식적인 행정수도로 명시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국회의사당의 완전 이전, 미이전 중앙부처(여성가족부 등)의 추가 이전 등도 포함돼 있다. 제도와 기관 이전이 함께 추진돼야 실질적인 수도 역할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교통 인프라 확충도 병행된다. 대전-세종-청주를 연결하는 광역급행철도(CTX), 첫마을IC와 외곽순환도로, 국지도 96호선 지하차도 등 접근성 개선 계획이 과제 목록에 포함됐다. 단순한 교통 편의성 향상이 아니라, 수도권-세종 간 물리적 거리감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산업 전략 분야에서는 '메가 싱크탱크' 구상이 눈에 띈다. 수도권 국책연구기관과 서울대 등을 세종에 유치해 행정·정책·지식 기반의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AI 특화단지와 양자산업 육성안도 동시에 제시됐다. 기존 행정도시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 전략 산업 중심지로서 세종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시도다.
문화·복지 영역도 빠지지 않는다. 국립한글박물관 설립과 한글문화수도 도약, 중입자 가속기 기반 암치료센터 건립 등 품격 있는 도시를 위한 프로젝트가 병렬적으로 추진된다. 그 방향은 분명하다. '기능 중심 도시'에서 '삶의 질을 설계하는 도시'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다.
이러한 세종시의 구상은, 그저 도시의 생존 전략으로 보기엔 그 외연이 크다. 세종은 이번 대선을 대한민국 대개조와 지방시대 실현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세 가지 인식이 깔려 있다. 첫째, 충청권이 대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전략적 지역이라는 점. 둘째, 여전히 행정기관이 완전히 이전되지 못한 미완의 행정수도라는 현실. 셋째, 수도권 집중 문제가 심화되며 '지방시대'라는 구호가 다시 절실해진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2040 세종도시기본계획 역시 이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행정기능뿐 아니라 산업, 문화, 복지, 기술 전반에 걸쳐 '창조적 미래 전략 수도'로 진화하겠다는 비전이다. 세종시가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을 넘어, 정책 실험과 전략 산업 육성의 전면에 서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배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