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물가] 샤인머스켓, 더 이상 프리미엄 아니다
샤인머스켓은 한때 프리미엄 과일의 대명사로 명절 선물세트와 고급 디저트 시장을 주도했으나 최근 5년간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통채널에서는 여전히 프리미엄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그리고 소비자가 체감하는 과일의 얼굴은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0년 2kg L과 기준 평균가는 약 38,818원이었으나 2025년에는 약 18,609원으로 떨어졌다. 5년간 약 52% 하락한 셈이다. 가락시장 기준으로 보면 2020년 2kg당 평균 도매가는 22,454원이었고 2023년에는 10,896원까지 하락했다. 특히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가격이 급격히 떨어졌다.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은 생산량 급증과 품질 저하다. 국내 샤인머스켓 재배면적은 2016년 278헥타르에서 2023년 6,576헥타르로 24배 증가했다.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하면서 시장가격이 급락했다.
샤인머스켓은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명절 프리미엄 선물세트와 1인 고급 디저트의 대표 주자였다. 당시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2.5kg 한 박스가 66,600원 수준에 판매되며 일반 포도 대비 3~4배 비쌌다. 고급스러운 맛, 씨 없는 편의성, 선명한 외관 등의 특징으로 럭셔리 과일이라는 인식을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편의점, 할인점, 전통시장 등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과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2025년 4월 기준 전통시장의 2kg 평균가는 14,796~14,912원 수준이며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25,791~28,092원으로 최대 2배 가까운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유통채널별 포장 방식, 브랜드 구성, 진열 전략에 따라 가격은 큰 폭으로 달라진다.
실제 백화점 온라인몰 기준으로 ‘산지직송 샤인머스켓 선물세트(3송이)’는 75,900원, ‘고당도 샤인머스켓 3kg 세트(4수)’는 할인 적용가 90,000원에 판매 중이다. 100g당 단가는 3,800원을 넘는 수준이다. 전통시장에서 2kg 기준 15,000원 안팎에 구매 가능한 현실과 비교하면 유통채널에 따라 최대 3배 이상 가격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가격 하락의 배경은 공급 과잉, 품질 저하, 유통채널 다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국내 재배면적은 물론 중국·베트남 등 해외 생산량까지 증가하면서 공급량이 수요를 압도하게 됐고 생산량 확대 과정에서 미숙과 출하, 당도 저하 등 품질 저하 사례도 늘었다. 유통채널이 다양해지며 소비자 접근성이 높아졌고 이는 가격 경쟁 심화로 이어졌다.
이제는 같은 과일이라도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사느냐에 따라 가격과 품질이 달라지는 구조가 형성됐다. 실속형 소비자는 전통시장 등에서 저렴하게 구매하고 명절·선물 목적의 소비자는 여전히 고급 포장된 백화점 제품을 선택한다. 유통 전략에 따라 동일 품목이라도 가격은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이다.
샤인머스켓은 더 이상 일부 계층만의 프리미엄 과일이 아니다. 생산량 급증과 유통채널 다변화로 가격이 현실화됐지만 유통업체의 포장·브랜딩 전략에 따라 프리미엄 가격이 유지되는 이중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