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 논의,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의 의대 정원이 2000년 3507명에서 줄어든 3058명을 17년 동안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고령화 추세에 맞춰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진국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 현상이다.
의약분업 시행과 의대 정원 감축의 시작
의약분업 시행 전, 2000년 의대 입학정원은 3507명이었다. 하지만 이후 '진료는 의사, 조제는 약사' 원칙 하에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의과대학 정원은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병·의원에서의 약 처방 금지, 그로 인한 수입 감소 예상 등 다양한 이유로 의료계는 대규모 파업으로 의료 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생겼다.
정부의 대응과 의료계의 저항
당시 정부는 이를 대응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10% 감축하고 전공의 보상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결과적으로 3507명에서 4년 간 351명을 감소시켜 3156명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2006년에는 실제로 3058명까지 감소, 이후 17년 동안 이 수치가 동결된 상태다.
고령화와 의사 부족 문제
하지만 2010년대 들어와서는 고령화 문제와 함께 의사 부족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한국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지지부진하게 이어져 왔다. 2012년, 2016년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시도했지만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의대 정원 논의 재점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공공의료 인프라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한 다양한 대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역시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의료계는 대규모 파업과 국가고시 참여 거부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반발했다.
현 정부의 재추진과 선진국들의 의대 정원 확대 추세
최근 현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대는 여전히 강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선진국들은 고령화에 따른 의료 서비스 수요 증가를 대비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독일은 현재 9000명 이상의 의대 정원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1만5000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 역시 의대 정원을 1만50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우며, 다양한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의사 비율 및 서비스 제공 현황
한국의 현 상황을 살펴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비율은 OECD 평균보다 상당히 낮다. 여기에는 병원 및 의료기관 분포의 불균형, 특히 시골과 도심 간 의료 자원의 큰 차이가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의사의 과다한 노동시간 및 고강도의 근무 환경은 의료 서비스 품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환자 안전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전문의 교육과 의대 정원 확대의 연결
단순히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만이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전문의 교육 프로그램의 개선 및 확장이 필요하다. 특히 초중견 병원의 전문의 교육 프로그램 확대와 의료기관의 분포 균형을 위한 지원 정책이 중요하다.
의료계와 정부의 협력 필요성
한국의 의료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는 의료계와 정부의 원활한 소통 및 협력이 필수적이다.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지속적으로 시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며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한국의 의대 정원 확대 논의는 단순한 숫자의 증가에서 그치지 않는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변화하는 의료 서비스 수요에 부응하려면 다양한 방면에서의 개선이 요구된다”며 “의료계와 정부의 협력을 통해 더 나은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