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수출에 철강산업 '직격탄'…관세청, 덤핑방지 일제점검

2025-04-14     윤소리 기자
아이클릭아트

미국의 대중국 관세 강화 여파로 우회 수출된 중국산 철강 제품이 국내로 대거 유입되자, 관세청이 덤핑방지관세 회피를 겨냥한 100일간의 일제점검에 나섰다. H형강 등 25개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원산지 허위신고와 가격 조작 등의 위법 행위를 정조준한다.

미국이 올해 3월부터 중국산 철강에 최대 3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우회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베트남·태국 등 제3국에서 가공을 거친 철강 제품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방식이다. 실제로 2024년 기준 베트남 경유 철강 수입은 전년 대비 23.5% 증가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중국 직수입 비중은 62%에서 38%로 줄었지만, 베트남 경유 수입은 15%에서 29%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관세청은 이러한 흐름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피해를 연간 1조2000억 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H형강 품목은 중국에서 톤당 580달러에 수입돼 국내산보다 23.6%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회 수출은 주로 원산지 허위 신고, 품목 번호나 규격 조작, 가격 조작 등을 통해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실제로 한 수입업체는 중국산 H형강을 최저 수출가격보다 높게 신고한 뒤, 초과 지급한 금액을 환불받는 방식으로 104억 원의 관세를 포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38명 규모의 반덤핑기획심사전담반을 꾸리고, H형강과 합판 등 25개 품목을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착수한다. 덤핑방지관세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가 특정 품목과 국가, 기업을 지정해 부과하는 제도로, 수입 가격이 정상 가격보다 낮아 국내 산업에 피해를 줄 경우 그 차액만큼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지난 2024년 관세법 개정을 통해 우회 덤핑에 대한 단속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개정안에 따라 XRF 분석기를 활용한 원산지 조성 비율 검사가 의무화됐고, 관세 포탈 시 과징금 상한도 3배에서 5배로 상향됐다. 특히 '우회덤핑조사' 조항이 신설되며 무역위가 직권으로 조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이미 이보다 한 발 앞서 우회 수출에 대한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중국산 철강이 베트남에서 15% 미만의 가공만 거칠 경우 원산지 변경을 인정하지 않는 판례를 2023년 확립했고, 베트남 공장을 거쳐 수출된 H형강에 대해 3400만 달러의 관세를 추징한 사례도 있다. 한국 역시 베트남·태국 등과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해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관세청은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미납세액을 추징하고, 필요 시 검찰 고발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일반 국민의 제보도 받아 철강·알루미늄을 포함한 고위험 품목 수입 경로를 면밀히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