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 위한 공직사회 혁신... 민간 확산 기대
인사혁신처가 오는 7월부터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대폭 개정해 시행한다. 저출생 문제 해결과 일·가정 양립을 위한 공직사회의 변화가 민간 기업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인사혁신처 천지윤 윤리복무국장은 "장기재직휴가 도입, 배우자 임신 검진 동행 특별휴가 신설, 임신 여성 공무원 모성보호시간 의무화 등 세 가지 주요 개정사항을 7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장 주목받는 개정사항은 2005년 주 5일제 도입과 함께 폐지됐던 '장기재직휴가'의 부활이다. 새 제도에 따르면 재직기간 10년 차에 5일, 20년 차에 7일의 휴가가 추가로 부여된다. 휴가는 해당 연도 내 사용해야 하며, 1회에 한해 분할 사용이 가능하도록 검토 중이다. 인사혁신처는 "장기 근속 공무원의 재충전과 사기 진작을 위한 조치"라며 "지방공무원과의 형평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변화도 눈에 띈다. 개정안에는 배우자가 임신한 남성 공무원에게 임신 기간 중 10일 이내의 특별휴가를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임신 초기부터 남성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임신 12주 이내 또는 32주 이후의 여성 공무원이 하루 최대 2시간의 모성보호시간을 신청할 경우 의무적으로 허용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공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허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상급자 재량에 따라 제한될 여지가 있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건강권 보호가 강화될 전망이다.
이번 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은 민간 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주 5일 근무제와 같은 정부 주도 정책이 민간 부문에 빠르게 도입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2004년 공공부문에 먼저 도입된 주 5일 근무제는 이후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확대되며 사회 전반에 정착된 바 있다.
정부는 현재 '가족친화인증제도'를 통해 가족친화적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이러한 제도와 연계되면 민간 기업의 참여를 더욱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출산율은 2023년 기준 0.72명으로 OECD 최저 수준이다. 이러한 심각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변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어, 민간 기업들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OECD는 한국의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과 일·가정 양립 지원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 특히 부모휴가 확대와 직장 내 보육시설 확충이 제안된 바 있어, 이번 공무원 제도 개선이 이러한 국제적 권고에 부합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제도가 민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법률적 강제력 강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재정적 지원 및 인센티브 제공,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인사혁신처는 "이번 개정을 통해 공무원들이 업무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국가적 과제인 저출생 극복에 기여하겠다"며 "제도 운영 경과를 지켜보며 필요시 추가 개선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