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필요한 것은 통합의 리더십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정치적 격변을 겪으며, 우리 사회는 더욱 깊은 분열과 대립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조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각 진영은 승리 전략에만 몰두한 채 정작 국민이 바라는 통합의 비전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최우선 가치는 분명하다. 바로 '분열을 넘어선 통합의 리더십'이다.
현재 정치권의 모습은 어떠한가. 진보 진영에서는 이재명 전 대표가 압도적 지지율로 독주하는 가운데, 정작 당내 통합은 요원한 상태다. 보수 진영 역시 다수의 후보가 난립하며 서로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데 열중하고 있다. 양측 모두 첨단 산업 육성과 경제 회복을 외치지만, 이를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와 협력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상처는 우리 사회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념적 진영 간 갈등뿐 아니라 세대·지역·계층 간 균열도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한 진영의 승리가 아닌, 국민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포용적 리더십이다. 통합 없이는 경제 회복도, 국가경쟁력 강화도, 사회 안전망 구축도 불가능하다.
후보들은 이제 진영을 넘어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상대를 이기는 정치'가 아닌 '함께 이기는 정치'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다. 이는 정치적 타협이나 원칙 없는 중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국가의 미래를 위한 명확한 원칙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진정한 통합의 리더십이다.
후보들은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는 소모적 공방을 중단하고, 정책 중심의 건설적 경쟁을 펼쳐야 한다. 상대 후보의 인신공격이나 과거 실수를 부각시키는 네거티브 전략은 국민의 분열만 심화시킬 뿐이다.
또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강화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은 통합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덧붙여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국가적 과제에 대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기후변화, 경제 구조조정과 같은 과제는 어느 한 정부의 임기 내에 해결할 수 없으며, 장기적 국가 비전과 정치권의 합의가 필요하다.
대통령 선거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정치적 경쟁이지만, 그 끝에는 모든 국민을 위한 통합의 장이 열려야 한다. 후보들은 '내가 당선되면 어떻게 상대 진영과 협력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통합의 리더십이며, 분열된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유권자들 역시 단순한 진영 논리나 후보의 이미지가 아닌, 통합의 비전과 실현 가능성을 기준으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우리가 선택할 리더는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사람이 아닌, 다양성 속에서 하나의 국가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탄핵의 상처를 딛고 대한민국이 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이번 대선은 '분열의 정치'가 아닌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후보들은 승리만을 위한 전략을 넘어, 국민 통합을 위한 진정성 있는 비전과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