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채무 1천조 시대, 현명한 관리 필요하다

2025-04-08     세종일보

국가채무가 1170조원을 넘어섰다. 숫자만 보면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2023년 한 해에만 약 50조원이 증가했으며 불과 몇 년 전 600조원대였던 국가채무는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2022년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이제 우리 국민 1인당 약 23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6.1%로 전년(46.9%)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세수 결손에도 국채 발행을 자제하며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려 노력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이러한 재정 긴축이 지난해 하반기 심화된 경기 부진 속에서 적절했는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국가재정은 단순한 가계부 관리가 아니다. 경기 침체기에는 정부의 적극적 재정 투입을 통해 경제를 부양하고 호황기에 이를 회수하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지나친 재정 긴축은 불황의 늪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가채무 관리에만 치중한 나머지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급증한 국가채무의 추세를 언젠가는 완화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가채무의 절대 규모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상황은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어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복지지출 증가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국가부채 2585조원 중 상당 부분이 연금충당부채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공무원, 군인연금 등 연금충당부채는 지난해만 82조7천억원 증가했다. 이는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잠재적 부담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경기부양책과 함께 연금개혁 등 장기적 구조개혁도 병행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재정 정책은 단기적 고통을 감수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경제 활력을 유지하면서도 미래 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지 않도록 균형을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하에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기 회복 시 재정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는 탄력적인 재정준칙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상황을 고려한 적절한 재정 대응과 함께 늘어난 국가채무를 중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들 역시 당장의 혜택만을 요구하기보다 미래 세대까지 고려한 재정 운용에 대한 이해와 합의가 필요하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 단기적 경기부양과 장기적 재정건전성 사이에서 우리는 현명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현재와 미래 세대 모두를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