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기 대응이 말해주는 산불 대책의 현주소
전국 곳곳에서 산불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상남도 하동군에서는 지난 7일 오후 12시 5분경 옥종면 대복리 산지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65헥타르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같은 날 경북 경주시 안강읍 검단리 야산에서도 원인 미상의 불이 발생했으나 다행히 헬기 6대와 인력을 신속히 투입해 55분 만에 주불을 잡아 피해 면적은 0.6헥타르에 그쳤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하동 지역의 경우 불과 일주일 전에도 대형 산불이 있었다는 점이다. 한 지역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산불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산불 예방과 관리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을 드러내는 적신호다. "반복된 산불로 주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는 현지 이장의 말은 지역 주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한다.
현행 산불 대응 체계는 '발생 후 진화'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하동 산불 현장에 헬기 36대와 753명의 인력이 투입된 것은 분명 대규모 자원 동원이다. 하지만 이미 활활 타오르는 불길 앞에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산불은 예방이 최선이요, 발생했다면 초기 진화가 유일한 대안이다. 경주 사례가 보여주듯, 55분 만에 주불을 잡은 신속한 대응이 0.6헥타르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우리 산림의 구조적 취약성도 간과할 수 없다. 송진이 많은 소나무 숲은 불이 나면 마치 기름을 뿌린 듯 번진다. 더욱이 올봄 이례적인 고온과 건조한 날씨, 강한 바람은 산불의 삼각 공식을 완성했다. 기후변화 시대, 더 잦아질 이상 기후에 대비한 산림 관리 방식의 근본적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다.
산불 대응의 지역별 불균형도 심각한 문제다. 경주와 하동, 산청(40분 만에 진화)과 하동의 대조적 결과는 지역별 대응 역량의 격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문 인력, 장비, 초기 대응 시스템 등에서 지역 간 격차가 존재한다면 이는 국민의 안전을 지역 운에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번 하동 산불이 단순한 잔디 작업 중 발생한 불꽃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작은 불씨가 65헥타르를 태우는 대재앙으로 번졌다. 이는 개인의 부주의가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경고한다. 지난 3월 경북 지역 산불로 인한 28명의 사망자와 32명의 부상자를 떠올리면 그 심각성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다. 건조한 날씨에는 입산 통제를 강화하고, 산림 인근에서의 화기 사용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잔디 작업이나 농사 과정에서의 불 사용도 철저히 관리되어야 한다.
반복되는 산불은 국민의 안전과 함께 국가 재난 관리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태우고 있다. 산불이 또 발생했다는 뉴스에 "또?"라는 반응이 나오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산림 자원을 지키기 위해 산불 대응 체계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때다. 더 이상 같은 지역에서, 같은 이유로, 반복되는 산불 뉴스를 듣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