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선관위의 갈등, 보안 취약점 진단으로 휘청이는 내년 총선의 신뢰성

2023-10-11     이승현 기자
지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 모습. 세종일보 DB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가정보원 간의 선거 보안시스템 취약성 발표가 큰 이슈로 떠올랐다. 이는 지난달 합동으로 진행된 선관위 보안시스템 점검 결과를 각기 다른 시각에서 해석한 것으로, 내년 총선을 반 년 앞둔 시점에서 이로 인한 유권자 혼란이 불가피하게 돼버렸다.

국정원에서는 11일, "선관위의 투표 및 개표 시스템이 해킹에 취약하여 외부 해커가 개표 결과까지 조작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전국적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반격하며, "해킹 가능성이 곧바로 부정선거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정원의 주장을 강력히 반박했다.

내년 총선 직전의 이 같은 팽팽한 대립 구도는 국민들 사이에서도 큰 논란을 빚어내며, 다가오는 선거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더하게 됐다.

국정원은 "개표 시스템에 보안 미흡점이 있어, 해커가 개표 결과를 조작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로 "투표지분류기에서 외부장비(USB 등) 접속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해킹 프로그램 설치 및 투표 결과 조작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추가로 공개하였다. 또 "선관위의 투표 시스템에서도 보안 허점이 발견되었으며, 해커는 이 허점을 이용해 '유령 유권자'를 생성하거나, 사전 투표한 사람을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기록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선관위는 이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이번 보안 점검은 순수하게 기술적인 측면에서 진행되었으며, 해커의 관점으로만 점검한 결과"라며 해커가 직접 개입해 선거 결과를 조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만일 내부 조력자가 있는 경우에도, 기존의 보안 시스템과 수많은 참관인의 감시 아래에서 투표지를 조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 모습. 세종일보 DB

또 선관위는 이번 보안 점검에서 발견된 취약점들에 대해 이미 대응책을 마련하고, 시행 중임을 명확히 했다. 선관위는 "현재 보안 패치와 패스워드 변경, 선거인명부 DB서버 접근 통제 강화 등의 보완 조치를 완료하였으며, 추가적인 보안 대책도 마련 중이다"라며 "특히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대비하여 시스템 접근 제어 및 통제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선관위의 입장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선거 시스템의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번 사건을 통해 '보안컨설팅 결과 이행추진 TF팀'을 신설, 보안 문제점에 대한 개선사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사이버안보협력센터에서 백종욱 3차장이 직접 언론 브리핑을 갖는 등 적극적인 태도로 이슈에 대응했다. 백 차장은 "이번 점검 결과가 전체적인 보안 문제점을 제시하는 것이며, 선관위와 함께 더 나은 보안 대책을 마련해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백 차장 역시 과거 선거 결과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며, "과거의 선거 결과와 이번 점검 결과를 연결짓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정원의 발표로 인해 극우와 보수진영에서는 다시금 '부정선거 음모론'이 부상하며, 선거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황교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은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선관위의 선거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측면에서의 해킹 가능성과 실제 선거의 부정 가능성은 다르다"며 국민들에게 냉정한 판단을 요구했다.

이처럼 선관위와 국정원 간의 갈등과 논란은 내년 총선의 안정성과 신뢰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