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성 펀드' 설립 문턱 낮춘다… 금융시장 개편 본격화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며 금융시장 규제 완화를 본격화한다. 이번 개정안은 기업의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고 금융상품 시장의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며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위 '기업성 펀드'의 설립 요건이 완화된다. 기업성 펀드는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로, 현행법상 엄격한 자격 요건이 적용된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펀드 운용사의 등록 절차가 간소화되고 최소 투자금 요건이 낮아져 시장 진입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보다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자격 요건과 행정 절차의 복잡성 때문에 소규모 펀드의 설립이 제한적이었으나, 이번 개정을 통해 운용사 설립과 운용이 한층 유연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 발행 규제도 완화된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적용되는 공시 의무가 일부 완화되며,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간이 심사 절차가 도입된다. 기존 IPO 절차는 공시 부담이 크고 심사 기간이 길어 중소·중견기업이 상장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에 한해 신속한 심사가 가능해져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IPO를 계획 중인 기업들은 절차 간소화로 인해 상장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상품 판매 규제 역시 조정된다.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 보호 장치가 강화되면서도, 기관 투자자의 거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정된다. 금융위원회는 "투자자의 보호와 시장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상품의 설명 의무를 강화하면서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관 투자자의 경우 투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조치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 보호는 강화되면서도, 기관 투자자의 유동성이 확대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개정안은 글로벌 자본시장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해외 주요 시장에서는 자본 조달 절차를 간소화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으며, 한국도 이에 발맞춰 규제를 조정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금융 시장에서는 기업이 보다 쉽게 자본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어, 한국 역시 글로벌 투자 환경 변화에 맞춰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존 규제 환경에서는 신생 펀드 운용사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웠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새로운 플레이어들의 참여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투자자 보호 장치의 완화가 시장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리스크 높은 금융상품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는 입법 예고 기간 동안 금융업계와 투자자의 의견을 수렴한 후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개정안이 예정대로 통과될 경우, 내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금융업계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며, 법안의 구체적인 시행 방식에 대한 논의가 계속될 전망이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