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물류비·수출 규제… 한국 철강 '삼중고'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장기화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들의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한국 중소 철강·알루미늄 기업들은 미국 시장 경쟁력 유지를 위해 대응책을 모색 중이나, 높은 관세 장벽과 물류비 상승, 정책적 불확실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25%), 알루미늄(10%) 관세를 부과한 이후, 미국은 지속적으로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해왔다.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멕시코 등 주요 교역국들도 보복 조치를 시행하며 글로벌 무역 갈등이 심화됐다. 한국은 2018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철강 제품에 대한 수출 쿼타(263만 톤)를 설정하며 관세 면제를 받았지만, 이는 기존 수출량의 70% 수준에 불과했다. 이후 중소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 유지를 위해 비용 절감, 수출 다변화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 철강·알루미늄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정보 부족(41.8%)으로 나타났다. 이어 △물류비용 상승(38.2%) △수출국 다변화 비용 부담(36.5%) △미국 관세 대상 여부 확인의 어려움(28.2%) 등이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특히 미국 거래처와의 계약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25.7%)도 많았으며, 미국 외 제3국으로 수출할 때 경쟁력이 악화된다고 답한 기업도 22.7%에 달했다.
기업들은 여러 방법으로 미국 관세에 대응하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52.8%가 생산 비용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으며, 51.8%는 미국 거래처와의 관세 부담 논의를 진행 중이다. 특히 미국 외 다른 국가로의 수출 다변화도 주요 대응책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물류비 상승과 신규 시장 개척 비용 부담이 커 중소기업들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다.
정부도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부는 △관세 정보 제공 △정책자금 지원 △맞춤형 컨설팅 등의 지원을 확대하고, 전국 15개 지역에 애로 신고센터를 운영해 실시간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미국 관세 동향 설명회를 열어 기업들이 최신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 온라인 상담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요구는 보다 실질적인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설문조사에서 관세 관련 정보 제공(51.3%)이 가장 필요한 지원책으로 꼽혔다. 중소기업들이 관세 장벽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보 제공뿐 아니라 실질적인 재정 지원과 시장 개척 지원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철강기업에 근무하는 Q(42)씨는 "수출이 불안정하면 회사의 운영 또한 어려워지는것이 현실"이라며 "국가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편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단순히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캐나다, EU, 일본, 멕시코 등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보복 관세를 시행하거나 대체 시장을 찾기 위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캐나다는 미국에 대해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했으며, EU는 철강·알루미늄 산업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 시장을 모색하는 동시에 미국 제품에 대한 보복 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일본은 외교적 협상을 통해 일부 품목에 대한 면제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로비를 펼치고 있으며, 멕시코는 철강 제품의 수출 대체처를 찾기 위해 중남미 국가들과의 무역 협정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대응은 각국의 철강·알루미늄 산업 보호뿐 아니라, 글로벌 무역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역시 과거처럼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일부 면제를 받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신흥 시장 개척과 무역 다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ASEAN(동남아시아 국가 연합),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 대한 진출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시장들은 미국 관세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고,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다. 또한, 한국은 FTA(자유무역협정)를 활용해 무역 장벽을 낮추고,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금융 지원과 함께 신속한 행정 처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글로벌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은 다각적인 전략을 통해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향후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국발 관세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