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명품 단속으로 드러난 200억 규모 불법 유통망

2025-03-20     윤소리 기자

특허청이 서울 명동 일대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위조상품 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집중 단속을 실시한 결과, 호객꾼을 이용한 지능적 판매 수법과 정품가액 기준 약 200억 원 규모의 위조상품이 적발됐다.

특허청은 2010년 9월부터 상표경찰을 통해 위조상품 유통 방지에 노력해왔으며, 최근 명동 방문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정보를 바탕으로 기획수사를 추진했다. 단속 결과 총 6곳에서 8명이 입건됐고, 3,544점의 위조상품이 압수됐다.

이번에 적발된 위조상품 판매업소들은 주로 호객꾼을 이용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인하고, 매장 내 비밀 진열대와 숨겨진 출입구를 설치해 단속에 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특히 일본인을 주 타깃으로 삼아 일본어 구사 호객꾼을 활용하고 SNS를 통한 사전 홍보까지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압수된 위조상품 중에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순으로 많았으며, 품목별로는 가방류가 가장 많았다. 위조상품의 실제 판매가격은 정품 대비 약 5~20% 수준으로, 가방류는 10만 원에서 50만 원대로 판매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입건된 8명 중 초범은 2명에 불과하고 3범 이상이 3명이나 되는 등 재범 이상이 많았다. 이는 낮은 처벌 수위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위조상품 판매자에 대한 처벌은 압수, 추징금, 벌금으로 구성되며, 최근 5년간 110건에 걸쳐 128억 원의 추징금이 부과됐다. 벌금은 주로 1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에 분포하며, 징역형은 전체 처벌 사례의 약 10% 정도를 차지한다.

단속된 판매점들은 지하에 위치하거나 비밀 공간을 통해 고급 위조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취했다. 바깥에는 저렴한 위조품을 진열하고, 안쪽 비밀 공간에는 고품질의 '미러급' 위조상품을 보관하는 이중 구조였다. 일부 의류 판매점은 1층에서는 정상적인 보세 옷을 판매하고, 2층에 위조상품을 숨겨두고 선별적으로 고객을 유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들 판매점의 월 매출은 가게당 약 2,000만 원 정도로 추정되며, 2019년부터 영업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거래는 주로 현금으로 이루어졌으나, 일부 카드 결제도 있었으며 수사 과정에서 점주들의 지갑에서 상당한 현금이 발견됐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위조상품 무역 규모는 전체 무역의 2.5%에 해당하는 4,610억 달러에 달하며, 위조상품의 기원 국가로는 주로 아시아, 특히 중국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위조상품은 대부분 해외, 특히 중국에서 유입되며, 일부 액세서리류는 국내에서도 제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해외직구가 위조상품의 새로운 유통경로로 악용되고 있다. 특허청과 관세청이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해외직구 위조상품 단속 시스템'을 시범 운영한 결과, 5,000여 건 이상의 위조상품이 국내 반입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의 해외 쇼핑 플랫폼을 통해 구매한 위조상품이 자가소비용으로 위장해 국내로 들어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위조상품은 정품과 달리 품질 관리나 안전성 검사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위조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불법 판매 사이트나 SNS를 통해 거래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크다.

이에 특허청은 향후 강력한 처벌과 상시 단속, 기획수사 확대를 통해 위조상품 유통 근절에 노력할 방침이다. 특히 명동과 동대문에 대한 상시 단속을 지속하며, 제조 및 유통 과정에 대한 기획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특허청과 관세청은 '해외직구 위조상품의 효과적 단속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허청은 지난해 6월 시범 도입한 해외직구 플랫폼 등에 대한 인공지능(AI) 단속을 내년부터 전격 확대해 현재 11개 브랜드에서 시범 실시 중인 AI 단속을 내년부터는 160개 브랜드로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는 위조상품 문제의 효과적인 해결을 위해 범부처 협력, AI 기술 활용, 국제 협력 강화, 플랫폼 사업자와의 협력 등 다각적인 대책을 통해 위조상품 유통 근절에 노력하고 있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