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교육비 증가 속 공교육의 역할은?
사교육비 증가와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9조 2천억 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사교육 참여율은 80%에 달했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9.3% 상승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사교육비 부담이 더욱 커졌으며,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의 교육 격차도 뚜렷했다. 이는 사교육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여겨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여러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인식이 확인된다. 서울교육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입시에 성공하려면 사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답했다. 경제적 안정이 곧 교육 기회의 확대와 직결된다는 인식도 강했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의 조사에서는 영재학교와 과학고 학생들의 입시 스트레스가 각각 60.3%, 51.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고 학생들 역시 34.1%가 고입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중학생들의 심야 사교육 참여율이 일반 고등학생보다 2.7배 높다는 점은 학업 부담이 점점 더 어린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늘봄학교와 방과후학교 같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제로 사교육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늘봄학교·방과후학교 참여율이 36.8%로 감소한 반면, 사교육 참여율과 비용이 증가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여전히 학교 교육만으로는 입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교육 현실이 단순한 가정의 부담을 넘어 사회 구조적인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점이다. 사교육비 지출 격차는 가계 소득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월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학생은 월평균 67만 6천 원을 사교육에 쓰지만, 300만 원 미만 가구의 학생은 20만 5천 원에 그친다. 이는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이 학업 경쟁에서 불리한 출발선을 가지게 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지역 간 차이도 크다. 서울의 사교육비는 67만 3천 원으로, 읍면 지역(33만 2천 원)의 두 배에 달한다. 사교육비 증가율은 읍면 지역(14.9%)이 가장 높아, 지방에서도 사교육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교육 부담을 완화하고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입시제도를 개편해 공교육의 신뢰도를 높이고, 방과후 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내실화해야 한다. 경제적 취약 계층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 교육 기회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도 필수적이다. 사교육이 교육의 기본 전제가 되는 현실을 바꾸지 않는 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