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권리구제 인프라 구축, 법 개정이 불러올 변화
행정기본법 개정이 국민 권리구제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절차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가산금 제도를 개혁하는 이번 법 개정은 행정 절차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통해 국민이 행정 처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혼란과 불명확성이 줄어들고, 실질적인 권리 보호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행정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을 거친 후 행정소송을 제기할 때 원처분과 이의신청 결정 중 어느 것을 소송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 불명확했다. 이에 따라 소송이 기각되거나 절차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이의신청 결과를 받은 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90일의 제소 기간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해 권리구제 기회를 놓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공무원이 이의신청 결과를 통지할 때 제소 기간이나 절차를 체계적으로 안내하지 않아 국민이 절차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법 개정으로 소송 대상이 명확해졌다. 원처분이 변경되지 않은 경우 소송 대상은 원처분으로 한정된다는 점을 규정하여 혼란을 줄였다. 또한, 공무원이 이의신청 결과를 통지할 때 반드시 제소 기간과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 절차를 안내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의신청 결과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명시해 국민이 시간 내에 소송을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개정을 통해 소송 대상 선택 오류와 제소 기간 경과로 인한 권리구제 실패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무원의 안내 의무 강화로 국민이 복잡한 행정 절차를 더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명확한 규정은 행정기관의 책임성을 높여 행정 신뢰도를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절차적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하려면 전자문서 및 자동화된 시스템을 활용해 관련 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제공하고, 개정된 절차와 내용을 홍보하며, 사각지대가 남아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가산금 제도 개혁 역시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기존에는 개별 법률마다 가산금 규정이 달라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거나 불균형이 존재했다. 개정안은 금융기관 연체대출금 이자율 등을 기준으로 대통령령에서 정한 상한선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해 가산금 부과율과 부과 기간의 상한을 설정했다. 이에 따라 체납자가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과징금 체납 시 가산금이 무제한적으로 부과되거나 최대 60개월까지 중가산금이 추가로 부과되던 문제도 해결될 전망이다.
가산금 상한제 도입으로 체납자의 재정적 부담이 완화되고, 현실적인 납부 가능성을 고려한 정책이 적용되면서 행정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과 소상공인이 과도한 가산금 부담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줄어들면서 경제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가산금 부과 기준이 명확해짐에 따라 국민과 기업은 재무 상황을 보다 정확히 계획할 수 있고, 소상공인과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향후 대통령령에서 부과율 및 기간의 세부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 법 적용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가산금 관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디지털 행정서비스 연계 강화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인감증명서 전자발급, 행정문서 전자화, 실손보험 간편 청구 시스템 도입 등 국민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2025년 중에는 각종 급부 신청 시 통장 사본 제출을 요구하는 대신 행정청이 전자 시스템을 통해 확인하는 방안도 추진될 예정이다. 이러한 조치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국민의 불편을 줄이고, 행정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은 단순한 조문 변화가 아니라 디지털 권리구제 인프라 구축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AI 기반 행정심판 안내 시스템을 도입해 국민이 최적의 대응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전자문서 및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권리구제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디지털 취약계층이 행정 절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웹 접근성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최적화를 강화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디지털 권리 선언과 AI 권리장전 등 디지털 행정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흐름이 뚜렷한 만큼, 한국도 이에 맞춰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권리구제 절차 개선은 행정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국민 참여를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와 사이버보안 강화를 위한 법적·기술적 조치가 필요하며,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과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국민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고 행정 절차를 현대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