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되는 불평등, 기회의 사다리를 복원해야
경제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소득과 자산, 교육의 격차가 구조적으로 고착되고 있다. 단순한 불평등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갈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통합위원회가 개최한 ‘소득 격차 해소’ 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이 공유되었으나, 실질적인 정책 실행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공허한 논의에 그칠 위험이 있다.
특위는 5개월간의 논의를 통해 임금 격차 해소, 노동 이동성 제고, 노동 약자 보호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정책 대안을 도출했다. 특히 원·하청 임금 격차 공표, 근로 형태 다양화, 프리랜서 보호법 제정 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들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실행력을 확보해야 한다. 양극화 문제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필수적이다.
양극화의 심화는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가 진행되면서 중산층이 붕괴하기 시작했고, 2010년대 들어 디지털 혁신이 소득 격차를 더욱 확대했다. 최근에는 자산 격차가 심화되며 세대 간 부의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2025년에는 상위 10%와 하위 10% 간 자산 격차가 1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격차는 노동시장, 교육, 기업 규모별 불균형과 맞물려 사회적 이동성을 더욱 제한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졌고,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여전히 3000만 원을 밑돌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또한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고용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자산 측면에서도 부동산 가격 상승이 하위 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하면서 부의 집중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교육 격차 또한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업 성취도와 직결되는 현실에서 계층 이동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 전반의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러한 다층적인 양극화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개혁, 사회안전망 확충, 교육 기회의 평등 보장이 필수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처우 격차를 개선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OECD 평균 수준으로 사회복지 지출을 확대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 지원을 강화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지역 인재 채용을 확대하고 창업과 혁신을 통한 기회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
양극화는 저성장을 초래하고, 저성장은 다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지금 실질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는 더욱 심각한 경제·사회적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경제 양극화 해소 없이 국민통합은 불가능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실질적 실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