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0분간 침묵…軍 위기 대응 이대로 괜찮나
KF-16 전투기가 훈련 중 민가를 오폭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6일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실시된 한미연합훈련 도중 KF-16 전투기 2대가 MK-82 폭탄 8발을 민가 지역에 투하하면서 민간인과 군인 등 2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전투기 오폭으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군의 안전 관리 및 대응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공군은 사고 원인으로 조종사의 표적 좌표 입력 실수를 지목했다. 그러나 단순 입력 오류뿐만 아니라 시스템 결함 가능성 등 다른 요인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가와 인접한 훈련장에서 실사격 훈련을 강행하면서 안전 관리가 허술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훈련 전후 안전 점검과 비상 대응 매뉴얼의 실효성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
군의 초기 대응도 문제로 지적된다. 오폭 발생 후 100분이 지나서야 공식 발표가 이루어졌고, 부상자 수도 최초 15명에서 29명으로 변경되면서 피해 규모 파악이 늦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속한 정보 공유와 피해 확산 방지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에서 군의 위기 대응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실사격 훈련 안전 관리 시스템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군은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통해 유사 사고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 지원과 배상에 적극 나서야 하며, 정신적 피해를 포함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의 신뢰 회복도 중요한 과제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안전 관리 시스템 개선과 더불어,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사고 수습이 요구된다. 이번 사고로 드러난 군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유사 사고 재발을 막기 어렵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