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장' 개념, 소비자·창작자 권리 어디에
웹툰 플랫폼 피너툰의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 발표가 디지털 콘텐츠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태는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소유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며, 소비자와 창작자의 권리 보호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촉발시켰다.본 기사에서는 피너툰의 서비스 종료 과정과 그로 인한 독자 및 작가들의 반응, 그리고 이 사건이 제기하는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과 플랫폼의 책임에 관한 쟁점들을 심도 있게 다룬다. 디지털 콘텐츠의 '구매'와 '라이선스' 개념의 모호성, DRM 기술로 인한 콘텐츠 이동의 제한, 그리고 플랫폼 종료 시 소비자 보호 방안의 부재 등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직면한 다양한 과제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웹툰 플랫폼 피너툰이 지난달 28일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공식 공지는 1월 16일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이에 따라 독자와 작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주요 조치는 다음과 같다. 지난달 16일부터 재화 자동충전 기능이 중단되며, 29일부터는 작품 열람과 연재가 모두 종료된다. 잔여 재화인 '땅콩'은 3월 1~15일 환불 가능하나, 환불 신청을 하지 않으면 자동 소멸된다.
소비자들은 구매한 소장본을 더 이상 열람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었으며,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은 콘텐츠 자체가 아닌 일정 기간 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구매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였다. 피너툰은 서비스 종료 후에도 소장본 열람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공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명확한 환불 기준 또한 제시하지 않았다. 소비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작가들도 반발하고 있다. 사전 협의 없이 종료 결정이 이루어졌으며, 이로 인해 연재가 중단되는 작가들은 경제적 피해를 떠안게 되었다. 일부 작가들은 원고 데이터 반환이 제한되거나 특정 플랫폼으로의 이관만 허용되는 등 차별적인 조치를 경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는 피너툰의 일방적인 서비스 종료가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작품 데이터의 완전 반환과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 문제와 플랫폼의 책임이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웹툰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는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 기술로 인해 소비자가 자유롭게 저장하거나 다른 플랫폼으로 이전할 수 없다. '소장'이라는 표현이 실질적으로는 열람권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은 기만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는 서비스 종료 시 최소 30일 전 공지하고, 미사용 캐시 및 이용권을 전액 환불하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다. 그러나 피너툰의 경우 작가와 이용자들과의 협의 없이 서비스 종료를 발표하고, 보상책 마련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플랫폼이 언제든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디지털 콘텐츠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한다. 인터파크와 반디앤루니스와 같은 이북 서비스들은 서비스 종료 시 대체 플랫폼을 통해 지속적인 열람을 보장한 사례가 있지만, 피너툰의 경우 소장 작품을 별도로 저장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없는 구조여서 더욱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공용 DRM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소비자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플랫폼이 사라지는 순간 콘텐츠에 대한 접근권 역시 사라진다.
이번 사건은 디지털 콘텐츠의 '구매'와 '라이선스' 개념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를 보여준다. 향후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과 이용권에 대한 법적 정의가 명확해져야 하며, 서비스 종료 시 이용자 보호 방안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또한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서비스 종료 시 대체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업계 신뢰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공용 DRM 활성화, 계약 조건의 투명화, 서비스 종료 시 데이터 이관 보장 등을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주요 개선 과제로 지적하고 있다. 피너툰 사태는 단순한 기업의 경영 실패를 넘어,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