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연금 개편 촉구…"지급 기준 조정해야"
KDI 연구진이 기초연금의 지급 기준을 조정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 중 소득인정액 하위 70%가 기초연금을 받고 있지만, 경제적 변화로 인해 실질적 빈곤층이 아닌 계층도 수급 대상에 포함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지급 기준을 국민 기준중위소득 대비 일정 비율로 조정해, 실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인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2인 가구 기준중위소득 대비 기초연금 수급 기준이 2015년 50% 수준이었으나, 2025년에는 9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노인 인구가 2024년 1천만 명에서 2050년 1천9백만 명으로 증가함에 따라 기초연금 수급자 수도 2015년 2백만 명에서 2023년 6백5십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연구진은 연금 지급 기준 조정을 통해 재정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빈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OECD 국가들의 연금 체계는 공적연금 보완형(비스마르크형)과 공적연금 대체형(베버리지형)으로 구분된다. 한국은 사회보험 기반의 소득비례 연금을 운영하는 공적연금 보완형 국가에 해당한다. 반면, 영국과 호주 등은 정액급여 방식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며, 공적연금보다 사적연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OECD는 연금제도를 A, B, C 세 유형으로 구분하며, 한국은 공적연금 비중이 높은 A 유형에 속한다.
일본은 2004년 연금 개혁을 통해 보험료 인상, 국고 지원 확대, 연금 급여 조정, 5년마다 재정 검증을 도입한 바 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연장하고 재직자 노령연금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젊은 세대의 부담 증가로 인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기초연금 개편 방안으로는 지급 기준을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로 조정해 2070년까지 수급자 비율을 57%로 줄이는 방안과, 50% 이하로 축소해 37%까지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기준중위소득 50% 이하로 개편할 경우, 2070년까지 누적 440조 원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으며, 이 재원을 활용해 기준연금액을 44.7만 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연구진은 지급 기준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빈곤층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초연금 지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7조 원(국내총생산 대비 0.8%)에서 2030년 39조 7천억 원, 2050년 125조 4천억 원, 2070년 238조 원, 2080년에는 312조 원(GDP 대비 3.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급격한 증가는 고령화로 인한 수급자 증가, 물가 상승에 따른 급여 인상, 정부의 기초연금 확대 정책 등의 요인에 기인한다.
윤석열 정부가 2027년까지 기초연금 지급액을 월 40만 원으로 인상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출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만약 해당 계획이 실현된다면 2080년 지출 규모는 384조 원(GDP 대비 4.4%)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추세는 국가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며, 장기적인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기적인 재정 전망도 우려를 낳고 있다. 건강보험의 경우 2070년 누적 적자가 7,0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주요 원인은 빠른 고령화와 보장성 확대 정책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은 2040년 적립 기금이 1,755조 원에 도달한 뒤 2041년부터 적자가 발생하며, 2055년에는 기금이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부과 방식 비용률이 2060년 29.8%, 2070년 33.4%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질 것임을 의미한다.
정부는 기초연금 개편과 함께 국민연금 개혁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초연금 수급 대상 축소는 근로소득, 사적연금, 국민연금을 통한 노후 소득 확보가 전제되어야 하며, 장기적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와의 통합을 통해 제도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초당적 합의를 촉구하며, 개혁이 지연될 경우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여야는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소득대체율 조정과 관련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