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교육과 유착한 교원들, 입시 공정성 무너뜨렸다

2025-02-18     세종일보
아이클릭아트 

사교육과 결탁한 교원들의 문항 거래 실태가 드러나며 입시 공정성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감사원에 따르면 249명의 공립·사립 교원이 약 6년간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제를 제공하고 212억9천만 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의 거래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일부 교원은 조직적인 문항 제작팀을 꾸려 사교육 업체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행태는 단순한 일탈을 넘어 입시의 공정성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다. 교원은 교육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켜야 할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적 이익을 위해 학생 간 기회의 불평등을 조장했다. 특히 출제 경험이 있는 교원이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특정 학원이 유리한 모의고사를 제작했다면, 이는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는 대다수 수험생에게 크나큰 불이익을 초래하는 일이다.

더욱이 일부 교원은 출간 전인 EBS 교재 파일을 유출하거나, 자신이 판매한 문제를 학교 시험에 그대로 출제하는 등 공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나아가 이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으로도 참여한 사례가 확인되면서, 사교육과의 유착이 수능 문제의 공정성마저 위협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2023학년도 수능 영어 문제 판박이 논란도 사교육 카르텔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부정행위가 단순히 개별 교원의 도덕적 일탈로 치부될 수 없다는 점이다. 감사원의 발표에 따르면 사교육 업체들은 문항 제작팀을 꾸리고, 인맥과 학연을 통해 출제 경험이 있는 교원을 조직적으로 섭외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확보해 왔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입시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점점 더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사교육과 공교육의 경계가 무너지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더 높은 사교육 비용을 부담하며 불공정한 경쟁에 내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이미 2016년 학원용 문항 매매 금지 공문을 시도교육청에 시달했음에도 이후 감독에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미비가 아니라, 사교육과 공교육의 유착을 방치한 책임 있는 태도로 볼 수 있다. 특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조차 사설 모의고사의 문제를 수능 검토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하고, 이의 신청이 제기된 후에도 제대로 심사하지 않는 등 허술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이제는 더 이상 개별 교원의 징계만으로 사안을 덮어서는 안 된다. 교육 당국은 사교육과의 결탁을 근절할 강력한 감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교원의 문항 거래를 적발하고 처벌할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한편, 수능 출제진과 사교육 업체 간의 연결 고리를 차단할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평가원의 출제 및 검토 시스템도 전면적으로 개편해 유사 문항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교육이 이를 대신하는 구조는 교육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입시 공정성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한두 명의 교원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환경 자체를 바로잡는 것이다. 사교육과 공교육의 유착을 끊어내고, 모든 학생이 동등한 기회 속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교육 당국이 지금 당장 나서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