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스템 가구 입찰 담합, 근절돼야 한다

2025-02-13     세종일보

공정거래위원회가 10년간 지속된 시스템 가구 입찰 담합을 적발하고 20개 업체에 대해 총 18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중 4개 업체는 검찰에 고발됐다. 단순한 과징금 부과를 넘어 형사 처벌까지 추진된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 같은 불공정 행위가 오랜 기간 묵인되며 업계의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다.

이번 사건은 2012~2022년 16개 건설사가 발주한 시스템 가구 입찰에서 가구업체들이 낙찰 예정자와 입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것을 적발한 것이다. 업체들은 사다리타기와 제비뽑기 같은 방식으로 낙찰자를 정하고, 낙찰자가 들러리 참여사에 일부 물량을 떼어 주거나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공유했다. 그 결과, 낙찰률은 평균 100%에 달했고 관련 매출액은 약 3,324억 원으로 추산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담합이 아파트 분양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시스템 가구 시공 비용은 세대당 최소 55만 원에서 최대 350만 원에 이른다. 담합으로 인해 경쟁이 제한되면서 소비자가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면, 이는 명백한 부당이득이다. 소비자가 정당한 가격에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가 단순한 경제 범죄를 넘어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셈이다.

이는 단순히 몇몇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업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해 내장형 특판가구와 시스템 욕실 입찰 담합을 적발한 바 있으며, 이번이 세 번째 아파트 실내 공사 관련 담합 제재다. 반복되는 담합 적발 사례는 기업들이 과징금 수준의 처벌을 감수하더라도 담합을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단순한 행정처분만으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담합은 기업의 도덕적 해이일 뿐만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다. 담합을 통한 초과이익이 처벌보다 크다는 인식이 있는 한,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강력한 제재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입찰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감시 시스템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더 적극적으로 담합 문제를 단속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담합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들도 단기적인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신뢰 회복을 위한 윤리적 경영을 실천해야 할 때다.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강력한 의지 없이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