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성의 안전한 주거권, 이제는 사회가 답해야 할 때
영등포의 한 고시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단순히 연락처를 물었다가 거절당했다는 이유로 살인까지 이르게 된 이번 사건은, 1인 가구 여성들의 주거 안전이 얼마나 취약한 상황인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현재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넘어섰고, 특히 청년층에서는 더욱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경제적 이유로 고시원이나 원룸 등 주거 취약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흡하기만 하다.
이번 사건의 발생 장소인 고시원은 좁은 공간에 다수의 입주자가 생활하는 구조로, 타인과의 접촉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시원은 기본적인 보안 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CCTV나 비상벨은 물론, 성별 분리된 공간 확보나 출입 통제 시스템도 미비한 곳이 많다.
정부와 지자체는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우선 고시원과 같은 준주택 시설에 대한 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CCTV 설치와 비상벨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고, 주거 시설 관리인에 대한 범죄 이력 조회도 필수화해야 한다. 성별 분리된 주거 공간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또한 1인 가구 밀집 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스마트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범죄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청년 여성들을 위한 안전한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민간 영역의 역할도 중요하다. 고시원이나 원룸 등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입주자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보안 시설 투자를 비용이 아닌 필수 요소로 인식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죽음은 단순한 사건 통계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1인 가구 여성의 주거 안전에 대한 전면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안전한 주거 환경은 선택이 아닌 기본권이다.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우리 사회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