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핵 심판-시위 혼란, 성숙한 민주주의의 과제

2025-01-21     세종일보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기일 출석을 둘러싸고 헌법재판소 인근은 그야말로 혼돈의 현장이었다.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규모로 집결하면서 주요 도로와 인도가 통제되었고, 이로 인해 시민들과 외국 관광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더불어 상인들은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시내버스는 정류장에 정차하지 못한 채 승객을 하차시켜야 했다. 경찰은 충돌을 막기 위해 차벽을 세우고 헬멧과 방패로 무장한 채 대비했지만, 일부 시위대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이번 사태는 시민의 표현의 자유와 공공질서 유지라는 두 가지 가치가 어떻게 충돌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자유는 어디까지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시위는 명백히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했고, 공공질서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해 교통 혼란을 일으키고,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을 초래한 점은 단순한 의사 표현의 범위를 넘어섰다.

문제는 이런 대규모 시위가 단발적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사회는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시위 문화 역시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반복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대규모 시위에 대한 종합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호하면서도 공공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법적, 행정적 장치를 사전에 정비하고, 비상 상황에서의 대처 매뉴얼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갈등을 최소화하고 시민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헌법재판소라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기관을 통해 국가의 중대한 사안을 심의하고 판단할 수 있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중요한 기제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틀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민들도 법치주의를 준수하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시위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표현 방식이지만, 그 방식이 폭력적이거나 무질서하다면 오히려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

이번 헌재 주변에서 벌어진 혼란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분명히 드러냈다. 시민의 권리와 공공질서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은 단순히 법 집행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제다. 모두가 자신의 책임을 다할 때, 대한민국은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