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다검사 관행, 의료 신뢰성과 건보재정 모두 위협한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입원환자 일반혈액검사 현황 분석 결과는 우리 의료계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부 의료기관의 검사 횟수가 평균의 12배에 달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는 단순한 통계적 일탈을 넘어 우리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징후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과다검사가 환자와 의료보험 재정에 이중고를 안긴다는 사실이다. 잦은 채혈은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며, 이에 따른 검사비용은 결국 환자 본인부담금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 낭비로 이어진다. 더구나 의료기관별로 검사 횟수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은 표준화된 진료 지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건보공단 일산병원의 검사 시행 비율이 평균의 0.76배에 그친다는 점이다. 이는 적정 수준의 검사만으로도 충분히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과다 검사를 시행하는 의료기관들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 정부와 의료계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우선 의료기관별 검사 현황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과다검사 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표준화된 진료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의료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의료현장의 자율성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자율성이 불필요한 검사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의료기관들은 환자의 건강과 편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진정한 의미의 의료 서비스 제공자로서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과다검사 관행 개선은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은 물론 국민의료비 절감을 위해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