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맥 움직임 보정 기술로 심혈관 질환 연구 새 지평 열다
KAIST, 스트레스 유발 혈관 변화 실시간 관찰 기술 개발
KAIST 연구진이 고려대와 협력해 심혈관 질환 발병 기전을 규명할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 주요 사망 원인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를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어 왔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혈관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혈관 내 변화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생체 내 현미경 기술을 제시했다.
KAIST 기계공학과 유홍기 교수 연구팀은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김진원 교수 연구팀과 함께 심장 박동으로 인한 동맥 움직임을 보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초점 가변 렌즈를 활용해 동맥의 움직임을 추정하고 이를 현미경의 초점 평면과 동기화하는 기법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혈관 영상 간의 상관 계수를 기존보다 4배 높였으며, 시간해상도는 57% 향상시켰다. 이 기술로 혈관 내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면역세포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된 실험군 쥐와 대조군 쥐의 경동맥에서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골수 세포의 침윤이 스트레스에 노출된 쥐에서 6.09배 증가했으며, 골수 세포의 이동이 2.45배 더 활발해진 것을 확인했다. 또한, 조직학적 분석에서는 스트레스가 동맥경화반 크기와 염증을 증가시키고 섬유성 막을 얇게 만들어 경화반의 불안정성을 높인다는 점이 밝혀졌다.
유홍기 교수는 이번 연구가 비접촉 방식으로 동맥 움직임을 정확히 추정함으로써 실험동물의 생존율을 높이고 만성 스트레스가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종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스트레스와 관련된 심혈관 질환의 발병 기전을 세포 수준에서 규명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KAIST 기계공학과 장민석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동맥경화, 혈전, 혈관 생물학(Arteriosclerosis, Thrombosis, and Vascular Biology)’의 표지논문과 에디터픽으로 선정됐다. 논문은 지난해 10월 10일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한국연구재단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이성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