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금융·소비 변곡점, 2025년 한국 경제 향방은

2025-01-17     윤소리 기자

2024년 11월과 12월, 한국 경제는 복잡하게 얽힌 대내외 변수 속에서 혼조세를 보이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11월 소매판매는 증가했지만 광공업, 서비스업, 건설업 생산이 일제히 감소하며 산업 활동의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이어 12월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6.6% 증가하며 희망의 신호를 보냈지만,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88.4로 폭락하면서 팬데믹 초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의 급락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 전망 악화가 결합되며 소비자들의 심리를 극단적으로 위축시킨 결과다. 대통령 탄핵 정국과 비상계엄 상황, 여기에 미국 대선 이후 수출 둔화 우려까지 겹치며 소비 심리가 급격히 악화된 모습이다. 현재경기판단지수와 향후경기전망지수가 각각 18포인트 하락한 것은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이미 깊게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소비자심리지수의 하락은 내구재 소비와 신용 대출, 자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고가 내구재의 구매가 미뤄지는 가운데, 은행 대출 심사는 더욱 엄격해지고 소비자들의 대출 수요는 줄어드는 추세다. 부동산 시장 역시 주택가격전망지수가 하락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고용 시장의 부진은 한국 경제가 마주한 또 다른 난관이다. 12월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5만 2천 명 줄었고, 실업률은 3.8%로 상승했다. 특히 도소매업, 건설업, 제조업 등 전통적인 주요 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고용이 감소하며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청년층 고용 악화는 더욱 심각하다. 12월 청년 실업률은 5.9%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고, 24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감소하는 상황이다.

금융시장에서도 주가 하락, 금리 상승, 환율 급등이라는 삼중고가 경제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며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국내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주택 시장에서는 매매 가격 하락과 전세 가격 상승폭 축소가 나타나며 안정적 흐름이 깨졌다.

글로벌 경제도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고용 시장의 예상 밖 강세로 긍정적인 신호를 보였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전망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디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경제 성장 둔화가 예상되며 한국 경제의 대외적 압박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소비 심리 위축이 내수 부진, 고용 악화로 이어지며 장기적인 경제 성장률 둔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내외 불확실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완화할지가 관건이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