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의 마음이 무뎌지고 있나
또다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미숙아로 태어나 위루관을 삽입한 채 살아야 했던 25개월 아이가 피해자다. 부모는 2개월간 제대로 된 치료도 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학대했고, 결국 아이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비극은 처음이 아니다. 2020년 정인이 사건을 시작으로, 천안 영아 학대, 양천 입양아 사건, 인천과 창녕의 영아 학대 사건 등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유사한 비극을 목격해왔다. 그때마다 우리는 분노했고, 제도 개선을 약속했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잇따른 아동학대 소식에 우리의 마음이 조금씩 무뎌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처음에는 온 국민이 눈물을 흘리며 분노했던 일들이, 이제는 또 하나의 '뉴스'로 소비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가 경계해야 할 가장 위험한 신호다.
아동학대는 결코 '또 하나의 사건'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매 사건마다 희생된 것은 우리의 이웃이자, 한 생명이며, 미래였다. 정인이도, 천안의 아기도, 그리고 이번 대전의 아이도 모두 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소중한 생명들이다.
이제는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들의 적극적인 신고, 유관기관들의 긴밀한 협조,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내 주변의 아이가 혹시 학대를 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은 없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절대 이런 비극적 사건들에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 한 생명의 귀중함을 잊어서도 안 된다.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이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주변의 모든 아이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깨어있는 보호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