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무복무 병사의 정치적 갈등 동원, 이대로 괜찮은가

2025-01-03     세종일보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소속 병사들이 동원된 사건은 의무복무 병사의 처지와 권리 보호 문제를 다시금 조명하게 한다. 정치적 대립이 첨예한 상황에서 의무복무 병사들이 경호 업무에 투입되고, 나아가 형사처벌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면 이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병사들은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행동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병사들은 국가의 부름에 따라 군 복무의 의무를 다하는 중임에도, 정치적 갈등의 한복판에 내몰리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의무복무 병사들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경호법 등에 따라 병사들이 경호 임무에 동원되면서, 그들의 위치와 책임은 극명한 부조화를 드러냈다. 경호 업무 자체가 대통령 관저의 보호라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병사들이 명령에 따른 행동을 이유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이는 병사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책임을 전가받는 결과를 초래한다.

군의 정치적 중립성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엄격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의무복무 병사들이 군사적 목적이 아닌 정치적 논쟁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군의 본질적 역할을 훼손하고 병사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위험성을 내포한다.

정치적 갈등 상황에서 병사들을 동원하는 관행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병사들이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구조적 특성을 악용해, 그들에게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국가가 의무복무 병사들에게 져야 할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된다.

이번 사건은 병사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첫째, 의무복무 병사들이 정치적 상황에 동원되지 않도록 명확한 지침과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병사들이 지휘관 명령에 따른 행동으로 인해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면책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정치적 갈등 상황에서 군 병력을 동원하는 결정에 대해 독립적인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의무복무 병사들은 국가의 부름에 따라 헌신하는 청년들이다. 그들의 권리와 존엄이 정치적 대립의 도구로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군 당국은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병사들의 처지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곧 국가의 기본적 책무를 다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