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령정보의 민주화, AI가 여는 법치주의의 새 장
법제처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AI 기반 지능형 검색 시스템을 도입했다. 2009년 개통 이후 15년 만의 대대적인 변화다. 이제 시민들은 정확한 법령 용어를 몰라도 일상적인 언어로 법령을 검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법치주의의 실질적 구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의 대원칙은 법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일반 시민들은 어려운 법률 용어와 복잡한 체계 앞에서 좌절감을 느끼곤 했다. 보도자료에서 언급된 사례처럼, '딥페이크' 같은 새로운 디지털 범죄 관련 법령을 찾으려 해도, '이륜자동차'라는 법령 용어를 모른 채 '오토바이' 관련 규정을 검색하려 해도 벽에 부딪히기 일쑑이었다.
AI 기반 검색 시스템의 도입은 이러한 간극을 메우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 약 75만 건의 지식베이스와 2만 건의 질의응답 데이터를 통해 학습된 AI는 시민의 언어를 법령의 언어로 통역해주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530개의 자주 찾는 질문을 18개 생활 분야별로 분류해 제공하는 점은 실생활에서 법령정보의 실용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것이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법제처는 2026년까지 생성형 AI 시스템을 도입해 법령 조문은 물론 입법 취지와 관련 판례까지 맥락화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법령정보의 '접근성'을 넘어 '이해가능성'까지 높이는 진일보한 시도가 될 것이다.
다만 AI 기술의 도입이 법령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주의도 필요하다. AI의 오류나 편향이 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앞으로 생성형 AI 도입 과정에서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법치주의는 모든 시민이 법을 알고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온전히 실현된다. AI 기술을 통한 법령정보의 민주화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이번 시스템 개편이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