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정비사업의 명암…지속 가능한 모델 필요

2024-12-23     윤소리 기자
아이클릭아트

빈집 정비 사업은 지역 활성화와 주거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주목받아왔다. 전남 순천시와 전북 완주군은 빈집 재생을 통해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순천시는 방치된 한옥을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시켜 도시 재생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고, 완주군은 빈집을 철거한 자리에 공유 주차장과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해 연간 7천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모든 사례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충북 제천시의 '청FULL몰' 사업은 13억 원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으며 실패로 귀결됐다. 서울 창신·숭인지구 역시 도시재생 사업에 수년간 공을 들였지만, 주민들은 체감 효과가 없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단순한 박물관 건립이나 도로 확장 등 주민 삶의 질과 직결되지 않은 정책은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분석이 따른다.

현재 농식품부와 지자체가 추진 중인 농촌 빈집 재생 프로젝트는 과거의 교훈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세종시와 해남군의 사례처럼 빈집을 리모델링해 공유하우스, 마을미술관, 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비교적 성공적이다. 세종시는 3호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예비 귀촌자를 위한 공유하우스와 마을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관광객 유치와 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해남군은 8채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동시에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과 연계해 귀농·귀촌 가구의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민관 협력이 강조되며, 상생협력재단과 한국부동산원이 각각 1억 1천만 원과 3천만 원을 지원하고, 농식품부와 지자체가 추가 재정을 투입해 총 4.5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이를 통해 환경 정비와 기반 시설 확충이 이루어지며, 4년간 7개 마을에서 유휴 시설을 창업 공간이나 사회서비스 공간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기대효과로는 청년 가구 유입, 인구 감소 지역의 경제 활성화, 주민 생활 여건 개선 등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사업 진행 시 빈집 소유자의 동의 확보, 예산 부족, 행정 절차의 복잡성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효과적인 실행을 위해서는 빈집 데이터베이스 구축, 장기적인 모니터링 체계 도입,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 반영이 필요하다.

빈집 정비 사업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복원하는 것을 넘어 지역 주민과 귀농·귀촌인의 실질적 삶의 질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과거 실패 사례를 분석하고 성공적인 접근 방식을 모델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속 가능한 빈집 재생을 위해서는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장기적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