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출생 대책, 형식적 처방전 그만
정부가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여성의 경력단절 비율을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는 계획 등 수치만 요란할 뿐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크다.
우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단순히 목표 수치를 정하고 몇 가지 제도를 손볼다고 해서 저출생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을 250만 원으로 인상하고, 2주 단기 육아휴직을 도입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문화와 사회인식의 근본적 전환 없이는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 아직도 육아휴직은 승진에 불리하고, 직장 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에서 단순한 제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30~44세 여성의 경력단절 비율을 10%로 낮추겠다는 목표는 현재의 구조적 문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진정한 지원은 단순한 수치 목표가 아니라 기업문화와 사회인식의 전면적 개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더욱이 아이돌봄서비스의 대기 일수를 5일로 줄이겠다는 계획도 그저 요식행위처럼 느껴진다. 실질적인 돌봄 인프라 확충과 질 높은 서비스 제공 없이는 또다시 빈말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대책은 저출생 문제의 증상만을 보듬으려는 임시방편적 처방전에 불과해 보인다. 청년들의 주거, 고용, 소득 불안정 같은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어떤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
진정한 해법은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결혼하고 출산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수치에 연연하기보다는 청년 세대의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에 집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