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아이들의 첫 배움터가 사라지고 있다

2024-11-22     세종일보
아이클릭아트

요즘 경기도의 유치원 상황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지난 3년 동안 무려 131개의 유치원이 문을 닫고, 372개가 휴원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그저 숫자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우리 교육의 뿌리가 흔들리는 소리다.

얼마 전 한 시골 마을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한때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마을 공립유치원이 적막에 잠겨있었다. 원아 수가 5명 미만이라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일이 경기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공립유치원 264곳, 사립유치원 108곳이 휴원 상태라니, 이건 마치 우리가 미래의 희망을 스스로 접어버리는 것만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반면 영어유치원은 2년 사이 186곳에서 232곳으로 늘었다. 물론 글로벌 시대에 영어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자칫 '돈 있는 집 아이들은 영어유치원,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선택권 제한'이라는 씁쓸한 현실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필자가 교직에 있을 때만 해도, 유치원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닌 아이들의 '두 번째 집'이었다. 형, 동생처럼 어울리며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고, 선생님과의 따뜻한 교감 속에서 세상을 향한 첫발을 내딛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그런 배움터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을 보며, 우리는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이제라도 우리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농어촌 지역의 경우, 꼭 5명이라는 숫자에 매달리지 말고 지역 실정에 맞는 탄력적인 운영을 허용해야 한다. 영어교육이 필요하다면, 값비싼 영어유치원이 아니더라도 일반 유치원에서도 질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야 한다. 무엇보다 젊은 부모들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든든한 공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옛말에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의 첫 배움터를 지키는 일도 마찬가지다. 교육 당국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관심과 지혜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