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조금 횡령 혐의, 감사원이 10개 시민단체에 대한 수사 의뢰

2023-05-16     이현정 기자

감사원은 16일, 여성 인권, 청소년 보호, 지역 공동체 회복 등을 주장하며 국가보조금을 받아온 10개 시민단체에 대해 조직적인 횡령, 사기, 보조금법 위반, 그리고 목적 외 사용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발표했다.

수사 의뢰 대상은 총 73명으로, 횡령 혐의로 추정되는 금액은 17억 4000만원에 달한다. 이 중에는 세월호 관련 보조금을 부정 사용하거나, 그 금액으로 북한 관련 세미나를 개최한 시민단체도 포함돼 있다.

횡령 구성도 및 사용처. 감사원

감사원은 이들 시민단체의 보조금 횡령 방법이 일반적인 범죄 집단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허위 세금 계산서 발행, 비용 과장, 가족이나 지인을 가짜 직원으로 등록,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통한 보조금 부정 수령, 직원의 급여 계좌에 연결된 현금카드를 통해 대량의 금액을 횡령하는 등의 행위가 적발됐다.

특히,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보조금을 받은 안산청년회는 북한 제도에 대한 탐구 활동비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국회에서 논란이 일어났던 사안으로,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이를 지적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감사에서 가장 많은 국가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비영리단체 B는 문화 관련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 단체의 본부장과 회계간사는 허위 강사료 지급과 환수 방식을 사용해 보조금을 부정 수령했다.

여성 인권 단체 C의 대표인 D씨는 해외여행 중에도 정상적으로 근무한 것처럼 보이게 속여 여성가족부의보조금을 횡령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감사원은 D씨의 해외여행 기간 동안 그녀가 출근한 것처럼 기록을 조작했으며, 이 기간 동안 근무 수당을 지급 받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반 년간 이 사건을 조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총 4차례에 걸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였다. 감사원은 보조금 부정 수령을 적발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증거를 제시했지만, 이 과정에서는 어려움이 따랐다. 이는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회계 내역을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어서였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정부 보조금을 '눈먼 돈'으로 인식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 목표였다"며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보조금을 받는 모든 단체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부 기관들이 제도 개선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는 보조금의 투명한 관리와 사용을 위해 감사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사건은 시민단체의 보조금 부정 수령을 적발한 첫 사례로, 이로 인해 시민단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연합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조금 관리와 사용에 대한 투명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인지했다"며 "시민단체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