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기숙사 탈바꿈…대학 평가에 '독립생활공간' 반영한다

2024-11-04     윤소리 기자

전국 대학가에 '따로 또 같이' 생활할 수 있는 공유형 기숙사 도입이 추진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대학 기숙사의 다인실 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전통적인 다인실 대신 독립적인 생활 공간과 공동 생활 공간을 조화롭게 배치한 새로운 형태의 기숙사로, MZ세대의 주거 선호도를 반영해 캠퍼스 내 기숙사 환경을 크게 바꿀 전망이다.

대학 기숙사의 주거 환경은 오랜 기간 개선 없이 유지되며 다양한 문제를 야기해왔다. 권익위에 따르면 현재 전국 대학 기숙사의 43%가 20년 이상된 노후시설로, 소음, 냉난방 문제, 벌레와 곰팡이 발생 등 노후화로 인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학생들의 주거 선호도와 맞지 않는 다인실 구조는 프라이버시와 독립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요구와 충돌하며, 공실률을 높이고 기숙사 운영 적자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수도권 다인실 기숙사의 평균 공실률은 3인실 17%, 4인실 이상 2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다인실 회피 현상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설문 조사에서도 확인되었다. 국민생각함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94%가 독립적인 1인실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생들은 개인공간과 프라이버시, 집중력 향상 등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이에 더해 학생들이 생각하는 적정 1인실 비용은 월 30만 원에서 35만 원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대학 기숙사 개선이 늦어지면서 일부 학생들은 높은 월세를 감수하고 원룸이나 오피스텔로 이주하고 있으며, 전세사기 피해 위험에 노출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학부모 역시 기숙사보다 높은 월세 부담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익위는 대학 평가 기준에 독립생활공간 비율을 포함하고, 노후 기숙사 개보수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캠퍼스 내 노후 강의동이나 기숙사를 복합형 기숙사로 재건축하거나, 인근 원룸과 빌라 등을 학생 기숙사로 활용해 수용률을 높일 방안을 모색 중이다. 또한 대학 주변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위한 전세 사기 예방 교육을 시행해 주거 안전성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개선안은 대학가의 임대료 안정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공공기숙사 건립이 대학가 원룸 월세를 평균 10만 원 이상 낮춘 사례가 보고된 바 있으며, 적정가의 주거 공급이 지역 내 소비를 늘려 상권 활성화를 도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대학 인근 원룸 등을 기숙사로 활용하는 방안은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우수 인재 유치와 대학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숙사 모델에는 친환경적인 설비 도입이 강조된다. 최신 단열 기술과 절수형 설비, 재생 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절감 시스템 등을 적용해 운영비 절감이 가능하며, 학생들에게 쾌적한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기숙사 주변에 녹지 공간을 조성하고, 스마트 조명과 냉난방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등 환경 친화적 요소도 포함된다.

이번 개선안은 학생들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고, 독립적이면서도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주거 문화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권익위는 이 개선안이 대학 기숙사의 질적 향상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MZ세대가 추구하는 프라이버시와 공동체 생활을 균형 있게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