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전 불감증의 대가, 우리는 무엇을 배웠나

2024-10-29     세종일보
아이클릭아트

159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왜?'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책임자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유가족들의 가슴에 맺힌 한은 더욱 깊어만 간다.

최근 법원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관계자들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책임 규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규모 인파 집중과 그로 인한 위험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했음에도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명백한데,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가.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사고 당시 각 기관의 대응이다. 사전 정보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현장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고, 기관 간 소통은 부재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실수가 아닌 우리 사회 안전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야 출범한 특조위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특조위 활동만으로는 부족하다. 대규모 인파 관리에 대한 구체적 매뉴얼 마련, 안전 관리 시스템의 전면 재검토, 관련 법령 정비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책임 회피와 핑계대기로 일관하는 관료사회의 관습도 버려야 한다.

국회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우원식 의장은 유가족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진정한 사과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철저한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이 그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다음 세대에게 져야 할 최소한의 책무다.

이태원 참사는 단순한 우발적 사고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과 무책임이 빚어낸 인재(人災)다.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뼈아픈 성찰과 함께 근본적인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