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 세계적 숲길로 도약… 지역 활성화 견인

2024-10-28     윤소리 기자
지리산 둘레길 지도 

지리산둘레길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숲길로 자리매김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산림청은 최근 전라남도 구례군 지리산 일대에서 제5회 아시아트레일즈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지리산둘레길의 성과와 발전 방향을 세계와 공유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지리산둘레길이 지속 가능한 생태 보존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한 세계적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 계기가 되었다.

약 300km에 달하는 지리산둘레길은 전북, 전남, 경남의 5개 시군과 80여 개 마을을 연결하는 대규모 트레일로, '아시아 트레일즈 네트워크' 가입을 통해 국제적 인정을 받았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에는 미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 각국의 트레일 전문가 300여 명이 참가해 지리산둘레길의 운영 사례를 주목했다. 참가국들은 특히 지역 주민들과의 협력을 통한 트레일 조성 방식과 지속가능한 관리 시스템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지리산둘레길은 21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구간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옛길, 순례길, 숲길 등 다양한 성격의 길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방문객들에게 한국의 자연과 문화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리산둘레길은 연평균 57만 명의 방문객이 찾으며, 지역 경제에 약 605억 원의 파급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이미라 산림청 차장은 "지리산둘레길이 단순한 트레일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길이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리산권역 6개 시·군(구례군, 남원시, 산청군, 장수군, 하동군, 함양군)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통합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의 주요 내용에는 △통합 관광 프로그램 개발 △지역 특산물 판매 활성화 △둘레길 연계 문화행사 공동 개최 △관광 인프라 공동 활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지역 주민들의 참여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80여 개 마을에서 400여 명의 주민들이 둘레길 안내자, 민박 운영자, 마을 해설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약 15억 원의 주민 소득이 창출되고 있다. 특히 '마을길 도우미' 제도를 통해 지역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리산둘레길은 생물다양성 보존과 기후위기 대응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산림청과 국립공원공단이 공동으로 실시한 생태계 조사에 따르면, 둘레길 주변에서만 멸종위기종 27종을 포함한 총 2,0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트레일 주변의 생태계 모니터링, 멸종 위기종 서식지 관리, 야생동물 이동을 위한 생태 통로 조성 등 다양한 보존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반달가슴곰, 산양 등 대형 포유류의 서식지 보호를 위해 일부 구간은 계절별로 출입을 제한하는 등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탄소 흡수원 확대와 재생에너지 활용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도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둘레길 안내소와 쉼터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전기차 충전소를 확충하는 등 친환경 인프라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지리산둘레길은 한국 민족의 애환이 서린 '모산'으로서의 역사적 가치와, 남방불교와 북방불교가 융합된 불교 문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칠불사, 화엄사, 연곡사 등 천년 고찰들은 이 길의 역사적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둘레길은 또한 의병활동의 흔적과 근현대사의 아픔도 함께 담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곽재우의 활동 무대였던 구간, 한국전쟁 시기 피난민들의 은신처였던 산길 등은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역사문화적 가치를 활용한 '지리산 역사문화 순례길'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매년 50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부의 '우수 체험학습 프로그램'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컨퍼런스 기간 중 개최되는 '지리산둘레길 걷기축제'와 '지리산 숲길 탐험대' 행사를 통해 지리산의 생태, 역사, 문화적 가치를 세계에 알릴 예정이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전통 문화공연, 지역 특산물 장터, 생태 체험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산림청은 향후 5년간 총 500억 원을 투입하여 노후 시설 정비, 안전 시설 확충, 스마트 안내 시스템 구축 등 인프라를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외국어 안내 서비스 강화, 국제 교류 프로그램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트레일로서의 위상을 더욱 높여갈 예정이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