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의 적용 대상 확대, 정부와 야당 간 차이로 심사 불발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일부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인해 처리가 불발됐다. 이로 인해 법안의 본회의 처리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의 적용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기존의 엄격한 6가지 요건에서 일부를 완화하거나 삭제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수정안에 따르면, 대상주택의 면적 요건을 삭제하고, 보증금 수준을 3억원을 기준으로 하되 국토부 내 전세사기피해 지원위원회에서 최대 150% 범위 내에서 보증금 규모를 조정할 수 있게 해 4억5000만원까지 인정하도록 했다. 또한, 보증금 상당액 손실 규정을 확대해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변제받지 못한 모든 경우를 포함하도록 했다.
그러나 일부 야당 의원들은 전세 사기와 깡통전세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주장하면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여당 일부 의원들조차 지원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국민의힘 김희국 의원은 소위 도중 기자들과 만나 "소위에서 (피해자를) 전세 사기로 제한하면 안 된다, 전세에 사는 사람들은 사기인지 분간하기 굉장히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쟁점 중 하나인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에 대해서는 이날 소위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여당 안은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주는 대신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금융지원 등 각종 혜택을 주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민주당 조오섭·정의당 심상정 의원 안에 포함된 '선(先)지원·후(後)구상권 행사' 방식에 대해선 '국민 혈세가 투입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채권 매입기관이 피해자의 채권 매입을 통해 보증금을 먼저 구제해주는 게 피해 지원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산회 후 기자들과 만나 "사기를 당한 보증금에 대해 정부가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없다"며 "정부가 세금으로 대납하는 데는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맹성규 의원은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3일 다시 회의를 열어 추가로 심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소위 심사가 지연됨에 따라 법안의 본회의 처리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한편, 이날 소위에서는 전세 사기 피해 지원 대책의 일환인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통과됐다.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총액한도를 현재 자기자본 60배에서 자기자본의 70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은 임차인이 살고 있는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사업자 등록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부동산 거래 질서 교란 행위 신고센터의 역할 확대, 공인중개사 자격증·중개사무소 등록증 대여 알선행위 처벌 및 자격 취소 요건 구체화 등의 내용이 골자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에 대한 심사가 불발된 가운데, 여야는 다시 회의를 열어 심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러한 지연으로 인해 법안의 본회의 처리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