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돌봄청년, 평균 돌봄시간 22시간... 우울감 비율 7배 높아
한국에서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 일명 '영 케어러(Young Carer)'들이 높은 부담감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26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들은 일반 청년들에 비해 우울감을 느끼는 비율이 7배 이상 높았다. 이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도 상당히 낮았다.
이번 조사는 정부 차원에서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처음으로 실시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4만 3832명의 가족돌봄청년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가족돌봄청년의 주당 평균 돌봄시간은 21.6시간으로, 주 돌봄자의 경우 매주 32.8시간을 돌봄에 할애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2년 이상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영 케어러들이 희망하는 돌봄시간과 실제 돌봄시간 사이에는 약 7.3시간의 괴리가 있어 그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가족돌봄청년들의 우울증 유병률은 약 61%로, 일반 청년들(약 8%)에 비해 7배 이상 높았다. 주 돌봄자의 경우 우울증 비율이 약 71%에 달했다.
또한 영 케어러들은 학업과 취업 등에 분주할 나이대임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응답자 5명 중 1명 이상(약 22%)은 삶에 불만족을 느끼고 있으며, 일반 청년(약 10%)의 두 배에 이르는 비율이다.
영 케어러들의 복지 욕구도 다양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가족돌봄청년들은 생계 지원(75.6%)과 의료 지원(74.0%)을 가장 절실히 필요로 했으며, 휴식 지원(71.4%)과 문화여가(69.9%)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가족돌봄청년의 부담을 완화하고 일상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학교, 병원, 지자체 등에서 적극적인 사례 발굴을 위해 담당 인력 대상 교육을 실시하고, 지자체마다 청년복지 업무 담당자를 지정할 예정이다.
또한 영 케어러들이 돌봄, 심리·정서, 휴식, 교육 및 취업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한 번에 접할 수 있는 통합 지원 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특히, 영 케어러들의 심리·정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 상담사들이 상주하는 상담센터를 운영하며, 필요한 경우 전문가들과 연계해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더불어, 가족돌봄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계, 의료, 교육비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그 중에서도, 휴식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영 케어러들에게 짧은 휴식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완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또한 영 케어러들이 학업과 취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업 및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영 케어러들의 사회적 역량 강화와 경제적 자립을 돕고, 그들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것이다.
한편, 영 케어러들의 권익을 대표하는 단체들은 이러한 정부의 지원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영 케어러들의 실질적인 부담 완화를 위해 복지 제도의 개선과 함께 사회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복지계 한 관계자는 “영 케어러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노력해 영 케어러들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며, 영 케어러들의 권익을 위한 복지 정책의 개발 및 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