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예방, 고령 운전자·음주운전 대책 필요"

2024-09-19     윤소리 기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은 각국마다 차이가 있지만, 몇 가지 공통된 접근법이 존재한다. 스웨덴, 네덜란드, 영국, 호주 등 교통사고 예방에 성공한 국가들의 사례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스웨덴은 1997년 비전 제로(Vision Zero) 정책을 도입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제로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정책은 교통 시스템 전반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주요 정책으로는 도시 지역의 속도 제한 도입, 보행자 및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물리적 분리 및 속도 제어 시설 확대 등이 있다. 또한 지능형 속도 적응 시스템, 자동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과 같은 차량 기술을 도입해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그 결과 2000년 인구 10만 명당 6.7명이던 교통사고 사망자가 2020년에는 1.8명으로 73% 감소했다.

네덜란드는 지속가능한 안전(Sustainable Safety) 개념을 도입하여 1970년대부터 안전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수동적 안전 조치와 함께 안전벨트 의무화 및 법 집행 강화와 같은 단계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자체 설명형 도로(Self-explaining roads) 개념을 도입해 운전자들이 직관적으로 도로에서 안전한 행동을 취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차량과 도로 인프라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1972년 3,264명이었던 교통사고 사망자가 2014년 570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영국은 안전 시스템 접근법(Safe System Approach)을 채택하여 장기적으로 교통사고 사망자와 중상을 제로로 줄이기 위한 국가 전략을 수립했다. 부처 간 협력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을 지속하며, 2030년까지 중간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호주도 유사한 안전 시스템 접근법을 채택하고 연방 정부 차원에서 도로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주요 정책으로는 신규 차량 안전 기준 관리와 함께 위험 지역 개선을 위한 'Black Spot Program' 시행이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된 특징은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교통사고를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10년 이상의 장기 계획을 수립해 꾸준히 실행하며, 사고 예방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과 커넥티드 카와 같은 첨단 기술도 적극 도입되고 있으며, 정부, 자동차 업계, 도로 관리자, 시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사고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과학적 접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한국은 교통사고 예방에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5년간 교통사고 통계를 분석한 결과, 특히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9년 14.5%였던 고령 운전자 사고 비율이 2023년에는 전체 교통사고의 20%로 증가했다. 교통사고 사망사고 중 고령 운전자의 비중도 2019년 23%에서 2023년 29.2%로 상승했다. 음주운전 사고 역시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다. 2023년 음주운전 사고는 1만3042건으로 2020년 대비 24% 감소했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36건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정부와 전문가, 시민단체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국민권익위원회와 서울시는 2024년 9월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교통안전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공개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토론회는 고령 사회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교통안전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학계와 전문가, 시민단체, 정부 관계자가 모여 교통 정책의 허점과 구조적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토론회에서는 한상진 서울대학교 교수가 초고령 사회에서의 교통안전 정책과 기술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며, 유상용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지정토론자로 참여해 고위험 운전자 교통안전 및 음주운전 예방 대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번 토론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기관과 협의하여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처럼 한국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적 접근에서 중요한 과제에 직면해 있으며, 고령 운전자와 음주운전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하여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교통안전 정책을 도입함으로써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윤소리 기자